일년 365일, 한시 365수 (441)

by 박동욱

441. 덕산에 살며[德山卜居], 조식(曺植)

봄 산 어디나 향그런 풀 있건마는

천왕봉이 하느님 계신 곳에 가까워 그저 좋네.

빈손으로 돌아와서 무얼 먹고 살아갈까

맑은 물 십 리 되니 마시고도 남으리라

春山底處無芳草 只愛天王近帝居

白手歸來何物食 銀河十里喫猶餘

[평설]

조식이 덕산(德山)에 은거하며 쓴 작품이다. 이 시는 현재 산천재의 네 기둥에 한 구절씩 주련(柱聯)으로 걸려 있다. 봄이면 어디나 아름다운 풀이 피어나지만, 오직 천왕봉만을 바라본다. 천왕봉이 하느님 계신 곳과 가깝다는 것은 천리(天理)에 다가서고자 하는 유학자의 지향을 말한다.

부귀영화를 뒤로한 채 초야에 묻혀 사는 삶을 택했다. ‘맑은 물 십 리’는 덕산 일대를 흐르는 맑은 계곡물을 가리키는데, 이는 자연 속에서 누리는 소박한 풍류를 말한다. 벼슬을 마다하고 산림에 묻혀 살면서도 유학자의 기개와 풍류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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