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남긴 마지막 한시 7

by 박동욱

지조를 끝까지 지키다: 항일지사의 절명시

늙어 죽지 않을 사람 몇이나 될 것인가

이 세상 이 한 몸을 포용키 어려웠네.

청렴한 사람 죽으려는 뜻 빼앗지 못할 것이니,

굳건히 내 본모습 고치지 않으리라

老而不死幾何人 此世難容一介身

莫奪廉夫溝壑志 斷然無改我天眞

김지수(金志洙), <절명시(絶命詩)>


[평설]

1910년 경술국치 후, 일제는 관리들에게 은사금을 하사하며 회유를 시도했다. 김지수의 친우 이학순(李學純)은 1910년 12월 7일 은사금을 거부하고 자결했다. 며칠 뒤인 12월 12일, 김지수에게도 은사금이 내려지자 “이 돈이 어찌 나에게 해당하느냐”며 받지 않았다. 또한 가족들에게 “적이 만약 계속해서 은사금을 보내온다면 틀림없이 내 몸에 누가 있을 것이다. 나는 마땅히 나의 고결함을 지킬 것을 자처하겠다”라며 자결할 뜻을 보였다. 일제가 체포하려 하자 1911년 4월 17일, 이 시를 남기고 목을 매어 자결했다.

시의 내용은 단순하고 담백하다. 일체의 수식이나 고사 없이 자결의 결심만을 적었다. 태어났으면 늙어서 죽게 마련이다. 지금 이 세상은 여유있게 나이 들어 죽을만한 상황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때에 그 누구도 내가 죽으려는 뜻만은 빼앗을 수 없다. 나는 나라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바꾸지 않고 그렇게 세상을 마감하리라.

이 시는 국가 존망의 위기 속에서 지식인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많은 지식인들이 일제의 회유에 넘어가 변절했지만, 김지수는 개인의 영달보다 지조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죽음으로써 증명함으로써, 후세에 올곧은 선비의 표상이 되었다.


[주요 한자어]

- 은사금(恩賜金): 일제가 조선의 관리들을 회유하기 위해 하사한 돈을 말한다.


[더 알면 좋은 이야기]

송상도의 『기려수필(騎驢隨筆)』에 따르면, 김지수는 절명시를 쓴 뒤에 문인 김문수(金文洙)에게 장례 지침을 남겼다. 장례에 외국 물건을 쓰지 말고, 널과 수의는 우리 솔잎즙으로 물들이며, 검은 비단은 먹으로, 붉은 비단은 솔잎즙으로 물들이라 당부했다. 이는 그의 철저한 척사(斥邪) 정신을 보여준다.


[작가 소개]

김지수(金志洙, 1845∼1911): 항일순국지사. 본관 광산(光山). 자 심일(心一). 충청남도 논산(論山) 출생. 김장생의 11대손이었다. 1900년 중추원(中樞院) 참의(參議)에 임명되었으나 사퇴하였다. 1910년 일제에 의하여 국권이 피탈되자 일본이 주는 은사금을 거절하고 두문불출, 일본군의 위협과 유혹을 물리치며 지조를 지키다가 자결하였다. 그와 교유했던 송병선․송병순․이학순 등도 일제의 국권 침탈에 맞서 자결 순국했다. 1963년 대통령 표창이 추서되었다. 문집으로 『심암유고(心巖遺稿)』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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