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낯선 언어습관

내가 평소에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니

by 사오 김 Sao Kim

방금 전철에서 내리면서 ‘잠깐만요 내릴게요’라고 하는데 발음이

[적깜만뇨 내릭께요]

이때 ‘적’은 초중종성이 모두 무성음.

[tɕə̥kːamːanʲːo]?

적어놓고 보니까 되게 낯설다. 내가 평소에 이렇게 말한다니.

나 자신의 발화도 이렇게 낯선데,

아무리 언어학자가 감각이 뛰어난 원어민이래도 코퍼스를 안 보면 모르는 게 있기 마련이란 생각이 다시금 든다.

전에 올렸던(링크​) 촘스키의 일화를 다시 인용한다.

“(전략) 다만 이상의 영상에 등장하는 문형들이 여전히 내게는 다소 특이하게 느껴지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라면 평소 저런 말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나의 언어습관에 대해 이렇게 애매하게 말하는 이유는,

원어민이라 해도 코퍼스를 들여다 보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어 화자들의 평소 발화 습관을 단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촘스키 본인마저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전에 어느 코퍼스언어학 교재에서 보고서 언어학 방에 공유한 대화 내용이다:

Chomsky: 'perform'은 mass-word object를 취할 수 없다. 'perform a task'는 되는데 *perform labor는 안 되지 않나?

Hatcher: 코퍼스를 보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는가?

Chomsky: 어떻게 아냐고? 내가 영어 원어민이니까.

(대화가 좀 진행되다가)

Hatcher: 'perform magic'은?

Chomsky: ... 그건 괜찮네.

(Chomsky는 그러나 '근데 그건 큰 그림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예외에 불과할 거야.' 라는 식으로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McEnery and Brezina. (2022).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Corpus Linguistics. 51-52.”




몇 월 며칠 몇 시에 처음 쓴 글인지 모르겠다. 임시저장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는 바람에 기록이 날아가 버렸다. 아마도 어느 날 출근길 아침 지옥철에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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