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욕망과 시간의 육체적 교섭
Melatonin ㅣ 멜라토닌
시간은 단순히 흐르지 않는다. 멜라토닌은 어둠 속에서 박동하며, 몸의 리듬을 은밀하게 이끈다.
몸과 시간이 교감하는 리듬의 경험, 다이어트.
체중계의 바늘은 단 하루의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호흡과 땀, 식사와 수천 분의 생활 리듬이 쌓인 흔적이다. 우리가 빠르게 얻는 것은 대부분 일시적이다. 나의 '다이어트' 목표도 단순히 몇 킬로그램을 줄이겠다는 것 보단, 시간을 두고 체질을 바꾸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단련하려는 긴 여정에 있다.
인간의 몸은 시계처럼 정직하다. 호르몬은 낮과 밤을 따라 춤추고, 식욕도 박동처럼 돌아온다. 멜라토닌과 몸은 주기를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리듬을 자주 거스르며 늦은 밤 냉장고 앞에서 서성이고, 새벽으로 잠을 미루며 단시간의 성과를 조급하게 갈망한다. 그 순간 몸의 시계는 틀어지고, 욕망의 호흡은 어긋난다.
나역시 처음엔 성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변화는 순간이 아니라, 축적의 산물이라는 것을. 밤 11시, 시원한 맥주와 치킨 한 조각의 충동을 참아내고 대신 물 한 잔으로 위를 채운 날들. 뱃속은 공허하게 울리고, 입안은 단것을 찾아 헛돌았지만, 그 불편을 버텨낸 아침은 몸이 가벼웠다.
운동 후 땀에 젖은 옷을 세탁기에 던져 넣으며 메모장에 ‘오늘도 했다’고 적던 순간, 팔과 다리에 남은 묵직한 피로는 실패의 무게가 아니라 내일로 이어지는 시간의 증거였다. 그 피로 속에서 심장 박동을 들을 때, 나는 몸이 시간과 함께 새롭게 연주됨을 느꼈다. 이런 작은 리듬들이야말로 몸의 시간을 다시 짜는 과정이었다. 다이어트는 체중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을 길들이는 훈련이자, 그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조율하는 작업이었다.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멜라토닌의 고요한 신호처럼, 작은 리듬의 반복은 결국 몸과 마음의 결을 바꾼다. 체질 개선이란 단순히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호흡이 달라지고, 피부 아래 흐르는 열이 바뀌고, 몸이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기억하게 되는 일이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시간을 ‘지속(durée)’이라고 말했다. 흘러가는 순간들이 아니라, 겹겹이 쌓여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살아 있는 시간. 다이어트 역시 그렇다. 한 끼 양을 줄이고, 한 걸음을 더 걷는 매일의 반복이 모여,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조금씩 빚어지는 것. 변화란 결국 몸에 새겨진 리듬의 누적이며, 욕망이 시간을 타고 흐르는 방식의 변주다.
다이어트를 통해 내가 배우는 것은 체중의 경감이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다. 조급함이 아니라 꾸준함, 순간의 성취가 아니라 리듬의 안정.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체중계를 오르며, 숫자가 오르내리는 그래프 대신 그 뒤에 흐른 시간을 읽어내려 애쓰는 일.
허벅지에 남은 근육통을 어루만지며 ‘어제의 내가 오늘을 준비했다’는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일. 그 모든 순간이 몸속 깊은 어딘가에서 또렷한 박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다이어트 기록은 결국 칼로리의 장부가 아니라, 시간이 몸 안에서 어떻게 흐르고 변주되는지를 증명하는 작은 연대기일지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이 누적된 박동들이 한 권의 ‘시간의 연대기’로 완성될 때, 나는 비로소 체중계가 아닌 내 몸의 리듬, 나만의 욕망의 박동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순간, 리얼하게 맥주가 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