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말하는 모든 단어, 우리가 취하는 모든 동작은 의도되지 않은 자서전의
조각이다. 이 모든 것은 자신도 모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종이에 가장
자세하게 글로 쓴 삶의 이야기만큼 진실한 것이다. by 주제 사라마구
스무 살 때부터 쓰기 시작했던 글쓰기 노트, 영감 노트를 다 모으자면, 아마 내 책장 한 꼭지는 가득 찰 것이다. 요즘은 먹고살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까닭에 가뭄에 콩 나듯 읽고 쓴다. 나의 글을 오랫동안 지지했고, 애독자였던 남자 친구와의 이별이 한동안 내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앗아갔다. 마음을 가득 채운 단어와 문장, 반복되는 생각들이 넘쳐 글로 나오는 법인데 무미건조한 시절을 보냈나보다. 아무에게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단 한 문장이라도 나를 일깨우는 글과 마주할 때, 참 행복해진다. 그때 나는 다시 살아갈 의미와 힘을 얻는다. 바스락바스락 가을 붉어진 낙엽 밟는 소리에, 죽어있던 오감이 스르륵 깨어났다.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는다. 내 안에 풍경을 잃지 않을 만큼의 보폭으로 살아야겠다. 아주 사소한 생각이라도 글로 남기는 것은 새로운 씨앗 하나를 심는 것과 같다. 반복되는 생각과 통찰 끝에 나온 문장이 나를 살린다. 벽을 허물고 새로운 창을 내는 것 처럼. by Sar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