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니 모기도 안 물어야~” 예전에 울엄마가 하셨던 말씀이다.
우리집 뒷마당 모기는 내 피로 키웠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모기이거나 내가 안 늙었거나 둘 중 하나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다. 이제 곧 모기 입이 비뚤어지겠다. 어제 날씨는 여름 무더위를 잘 견뎌낸 보상이라고 느껴질 만큼 환상이었다. 무엇을 해도 좋을ㅡ산책을 하기에도 좋고 집에서 뒹굴어도 좋은, 이부자리를 내다 널기에도 최상의ㅡ날씨였다. 이런 날에는 마당에 코박고 농부놀이 하기에도 딱이다.
발을 다친 후로 마당일에 소홀했더니 말 그대로 목불인견이라 팔 걷어부쳤다. 발을 다친 직후보다는 걷기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일을 거들던 딸애가 모기에게 몇 군데 물렸다며 궁시렁거렸다. 일하다말고 아이를 쳐다보니, ‘이게 웬 떡이냐’는 모기의 탄성이 들리는 듯한 차림이다. 몸을 가린 헝겊보다 드러난 몸의 면적이 훨씬 넓었다. 적당히 그을린 피부색과 운동으로 탄탄해진 근육이 눈에 부셨다. 누군가의 지나간 젊음이 아이에게서 보였고 아득한 세월이 잠시 나를 다녀갔다.
모기에게 물려 가려워하는 아이와 달리 나는 멀쩡했다. 울엄마 말씀이 맞거나 모기 입맛이 변했거나 역시 둘 중 하나다. 땀으로 끈적거리는 몸을 씻고 보송보송한 옷을 챙겨들었다. 팔다리를 무의식적으로 긁적거리다 아차싶어 살펴보니 모기 물린 자국으로 군데군데가 벌겋다.
살다살다 모기에 물리고 기뻐하는 날이 올 줄이야.
덧)
우리집에서 제일 착한 곤충이 모기다. 아주 고약한 놈으로는 진드기(틱), 사람 목숨까지 노리는 땅벌 그리고 등장만으로도 존재가치가 높은 뱀까지 다양한 개체가 세 들어 살고 있다. 계약서는 없고 집세는 밀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