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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인 HR연구소 Mar 14. 2024

AI 면접관과 인재 선발 - 혁신적 결합의 가능성

AI 면접관은 인간보다 공정한가?

AI 면접관에게 ‘이의제기’할 권리  


최근 국무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2차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 중에서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권리 보장’에 관한 부분이 HR담당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자동화된 결정이란 인공지능(AI)와 같이 실제 인간의 개입 없이 시스템만을 이용하여 개인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한데 따른 결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정의 대상자(정보주체)가 권리 또는 의무 등에 영향을 받은 경우 결정을 거부하거나 결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개인의 거부권과 설명 요구권 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최대 3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AI는 이미 채용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팬데믹 이전인 2020년 Mercer가 전 세계 1천 8백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는 이미 지원자를 선별에 AI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40%는 1년 내 도입할 계획 중이라고 답변했다. 국내의 경우 2022년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252곳 중 40곳(16%)과 중견기업 500곳 중 12곳(2.4%)이 채용 절차에 AI 면접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비중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대기업을 중심으로 AI 로직의 단순 활용이 아니라 AI 면접에 이르기 까지 활용범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불거지고 있는 우려와 불만이 늘어날 조짐에 정부에서도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무총리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AI가 내리는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대응권이 마련했다”며 빠른 시간 내 관련 안내서를 기업과 각 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AI 면접관은 인간보다 공정한가?  


AI 면접을 앞둔 지원자라면 ‘사람도 아닌 AI와 대화를 한다고? 과연 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AI 면접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면접’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검사’ 또는 ‘인터뷰’ 등의 명칭으로 제공하고 있다. AI 면접을 실제로 진행해 본 사람들은 상대방의 표정이나 제스처와 같은 비언어적인 피드백이 없어 어색하고 멋쩍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다만 외모, 말투, 출신 등에서 비롯되는 선입견에 대한 걱정 없이 면접에 응할 수 있다는 점, 그러한 외부적 조건 때문에 면접에 자신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은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AI 면접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지만, 실제로 현장에 널리 적용되게 된 데에는 두 가지 큰 요인이 있다. 첫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 요구이다. AI 면접은 필연적으로 비대면이기 때문에 첫 번째 요구조건은 충족한다. 둘째는 MZ세대의 대두와 함께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로서의 AI 면접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AI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과연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은연 중에 AI를 ‘인간’의 반댓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AI는 단순히 ‘로봇’이나 ‘가상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하여 정보를 학습하고 이해해서 답을 내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를 통해 학습한 AI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의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초창기 AI 면접을 도입했던 아마존의 사례와 AI 비자 발급 시스템을 운용했던 영국 정부의 사례가 모두 실패로 끝난 것도 이러한 인간의 편견을 AI가 학습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알고리즘 분석하듯이 어떤 경로로 해당 결정에 이르게 됐는지도 명확하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인간이 아닌 AI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결정을 내린다면 무슨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연산을 한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 의결도 이러한 인식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AI와 인재선발도구의 결합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AI 면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나 이를 이용하는 기관과 기업에서 큰 과제들을 풀어야만 한다. 먼저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해석되어 결정에 반영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AI 결정에 영향을 준 데이터를 특정하고 분석하여 근거를 찾는 데이터 분석기법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임의의 AI 모델이 어떤 기능을 학습했는지 밝히고, 특정 입력이 주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내부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범용 모델 해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규명 결과를 지원자 및 정부기관에 제출할 수 있도록 AI 모델의 작동 원리와 결정 근거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요구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인간 면접관보다 경제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안으로 AI 면접과 인재선발도구를 결합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지원자의 표정, 말투, 어조와 같은 객관적인 측정과 판단이 어려운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업무 관련 역량만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등을 측정하기 위한 차세대 검사들을 AI를 통해 문답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높은 예측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기존에는 진행하기가 어려웠던 ‘행동사건면접(BEI)’도 접목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량평가 전문가와 협업하여 현재 개발된 대규모언어모형(LLM)을 활용한다면 역량사전을 만들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추가 연쇄 질문을 던지고, 지원자의 답변을 분석하고 코딩하여 역량등급을 매기는 것이 모두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명확한 평가 기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원자의 이의제기에도 데이터에 기반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사람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AI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기술 발전에서 하나의 특이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높은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이해를 바탕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며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법령을 개정하고, 취지에 맞게 기술을 보완해 나가면서도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올바른 방향으로 철학을 공유하고 전문가들과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한다면 AI와 함께하는 사회는 점차 더 공정하고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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