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1편 - Part6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6장. 어떤 죽음


피해자 모임이 결성되고 작은 희망이 싹트던 어느 저녁이었다. 지우는 바닥에 앉아 반려묘 솜이와 공놀이를 하며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따뜻한 거실 공기 속에서, 솜이가 통통 튀는 공을 쫓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지우는 비로소 자신이 온전한 '집'에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에게는 이 작은 평화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때, 휴대폰이 웅- 하고 진동했다. 그는 무심코 채팅방을 열었다. 바로 그때, 화면 맨 아래에 새로운 메시지 하나가 나타났다. 닉네임 '햇살가득'.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네요. 모두들 부디 이겨내시길. 죄송합니다."


지우는 순간 숨을 멈췄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그의 눈은 메시지 속의 활자에 고정된 채, 더 이상 다른 것을 읽을 수 없었다. 심장이 쿵, 하고 멈춰버린 듯했다. 손에서 휴대폰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방금 전까지 솜이가 뛰어놀던 따뜻한 거실이, 한순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감옥으로 변했다. 몸 안의 모든 온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곧바로 채팅방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안 돼요!", "무슨 소리세요!", "제발 장난이라고 말해주세요!" 수백 개의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화면이 빨갛게 깜빡였다. 절박한 키보드 타건 소리가 마치 방 안에 메아리치는 것처럼 들렸다. 한 피해자가 절규하듯 "어디세요! 제발 답장 좀 해주세요!"라고 외쳤지만, '햇살가득'의 프로필은 더 이상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 밤은 지독하게 길었다.


잿빛으로 밝아온 다음 날 아침, 모두가 두려워하던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였다. 채팅방은 순간 정지된 듯 고요해졌다. 그 침묵은 그 어떤 절규보다 무겁고 고통스러웠다. 아무도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단지 '그분'이라고 부를 뿐이었다.


지우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 같았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우리가 조금 더 일찍 뭉쳤더라면…' 그를 말릴 수 있었을까?


그의 눈앞에 '햇살가득'이 보였다. 딸을 위해 크리스마스에 2단 침대를 사주겠다던, 이름 모를 평범한 가장의 얼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는 그저 가족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우 자신이 솜이에게 넓은 집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처럼, '햇살가득'도 똑같은 보통 사람이었다. 그 아버지의 무너진 희망이, 자신을 짓누르는 절망의 무게와 정확히 같았음을 깨달았다.


그를 짓누르는 절망의 무게에 숨조차 쉴 수 없을 때, 따뜻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그의 뺨을 스쳤다. 솜이가 다가와 그의 뺨을 핥고, 작게 '야옹' 소리를 내며 그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녀석의 따스한 몸이 그의 무릎에 기대어왔다. 솜이의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죽음의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유일한 삶의 소리였다. 마치 '나는 어떡하라고, 나라도 돌봐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는 듯했다.


지우는 솜이를 부서져라 끌어안았다. 녀석의 털에 얼굴을 파묻자, 평온한 생명력이 그에게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솜이의 작은 체온과 당연한 요구에, 간신히 숨을 내쉬었다. 이 작은 생명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했다. 그는 다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


'햇살가득'님의 죽음은 지우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겼지만, 동시에 더는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임을 깨닫게 했다. 이제 절망을 넘어 싸워야 할 때였다. 이 죽음은 그에게 개인적인 비극을 넘어선, 거대한 악에 맞서는 싸움의 이유를 부여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지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혼란이나 절망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았다. 분노와 함께 차갑고 단단한 결심이 그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고, 채팅방의 스크롤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햇살가득'님의 마지막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었다. 그 짧은 글은 이제 그에게 싸움의 명령처럼 느껴졌다.


'혼자서는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함께라면 다를 수 있어.'


지우는 즉시 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오늘 밤 10시. 온라인으로 다시 모여주세요." 몇 분의 침묵 끝에, 하나둘씩 "저요", "참석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는 노트북을 켜고, 흩어져 있던 계약서와 우편물들을 한데 모았다.


'먼저 우리가 가진 모든 서류를 취합해야 해.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서 경찰에 집단 고소를 접수하자. 그리고…'


그는 손을 뻗어 벽에 붙은 일정을 보았다. '언론. 우리 목소리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 지우는 이제 무력하게 좌절하는 대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듯했다. 잃어버린 돈의 무게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이제는 그 무게가 그를 짓누르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을 구원하고, '햇살가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단단한 추진력이 되었다. '햇살가득'의 죽음은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싸움이 시작되는, 거대한 불꽃의 도화선이었다. 그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