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2편 - 프롤로그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프롤로그


나는 박진영이다. KCIJ 탐사보도팀 소속 기자. 사람들은 나를 ‘까칠한 워커홀릭’이라 부른다. 내가 새벽까지 사무실을 지키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켜는 이유를 단순히 특종을 향한 광기 어린 집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말하지 못한, 사실 내겐 5년 전의 악몽이 있다. 2020년,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OO건설 비자금 사건’의 배후를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수많은 서류와 증언 속에서 실체를 향해 한 뼘씩 다가갔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때 내 취재가 한 발만 더 나아갔더라면, 그 수많은 평범한 삶들이 산산조각 나지는 않았을 텐데.


그 후 수많은 밤을 후회로 지새웠다. 실패의 기억은 내 가슴에 훈장처럼 박혀 짓물렀고, 잊을 만하면 찾아와 나를 갉아먹었다. 그래서일까, 신축빌라 전세 사기 사건을 맡으라는 데스크의 지시가 내려왔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피해자들의 절규가 담긴 익명의 제보들을 보며, 나는 5년 전의 나와 마주했다.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책감과 승부욕이 뒤섞여, 이 사건을 향한 집착으로 타올랐다. 나의 펜은 더 이상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5년 전의 실패를 만회하고, 상처 입은 이들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유일한 무기였다. 나는 이 사건의 끝을 보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