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5천만원의 무게
재판이 끝난 후, 나는 윤호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구치소의 차가운 회색 담벼락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단 두 문장에 불과한 짧은 뉴스 기사였다. 그의 죽음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의 죽음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단순히 가해자가 아니었다. 거대한 먹이사슬의 최하위에서, 자신의 양심과 싸우다 결국 좌절한 한 인간이었다. 윤호의 죽음은 나를 다시 5년 전의 악몽 속으로 몰아넣는 듯했다. 그때 놓쳤던 진실이, 결국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나는 그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의문을 풀기 위해 그의 죽음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장마가 끝난 늦가을의 눅진한 빗속, 나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좁은 골목길, 낡은 다세대 주택의 창문에는 검은색 상복이 희미하게 걸려 있었다. 나는 초췌한 얼굴로 장례식장을 지키는 윤호의 아내를 만났다. 그녀는 슬픔보다 원망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 기사가… 그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어. 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해서… 왜?" 그녀의 목소리는 칼날 같았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조용히 헌화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나는 구치소의 마지막 접견 기록을 뒤졌다. 윤호의 동료들이 그의 죽음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며 슬픔을 토로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윤호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 한 장을 발견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인, 가족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였다. 편지 말미에는 지우에게 보내는 짧은 한마디가 있었다. '지우야, 미안하다. 이젠 정말 괜찮아.' 그의 마지막 말은 단순한 사과를 넘어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스스로를 놓아버린 자의 해방처럼 느껴졌다.
윤호의 죽음은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과연 이 사건의 몸통은 누구인가?' 윤호가 죽음으로써 감추려 했던 진실은 무엇일까. 나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 외장하드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진실에 대한 집착이 뒤섞여 내 안에서 폭풍처럼 몰아쳤다.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지 않으면, 윤호의 죽음은 또 다른 나의 실패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낡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모니터 앞에서 윤호가 남긴 메모와 암호화된 파일들을 밤새도록 다시 들여다보았다. 삐뚤빼뚤한 글씨 속에 숨겨진 숫자의 조합, 파일명에 숨겨진 단서.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퍼즐 조각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의 메모, 암호화된 파일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단서를 발견했다. '유성개발'의 비자금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유한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이름과 계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휘하는 '총괄자'라는 존재에 대한 희미한 기록도 함께였다. 윤호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진실의 실마리를 남겨 놓은 것이다. 나는 그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따라, 또다시 거대한 진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