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를 하오 Part20

다시 피어나는 장미

by sarihana


제20장. 다시, 세상 속으로


몇 해의 시간이 흘렀다. 재단 정원은 이제 제법 울창한 작은 숲이 되었다. 계절마다 다른 색의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과,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는 들꽃들은 장미에게 삶의 순환이라는 위대한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장미는 이제 십 대 소녀가 된 딸 지혜와 함께 흙을 만지며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정원 곳곳에 머물렀다. 정원 한편에서는 민준이 묵묵히 잡초를 뽑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그림자에 사로잡힌 죄인이 아니었다. 그는 이 정원의 말없는 수호자이자, 지혜의 세상의 묵묵한 기둥이 되어주었다. 다른 쪽 데크에서는 민지가 노트북을 펼친 채 재단의 다음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화기 너머의 누군가와 재단 소속의 신진 작가를 위해 열정적으로 변호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과거의 날카로운 야망 대신, 타인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쏟아붓는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차분하고 성실한 빛이 엿보였다.


그들의 풍경은 누군가에게는 기묘하게 보일지 몰라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한때 서로를 할퀴었던 상처는 아물어 희미한 흉터로 남았고, 그 위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이해라는 거름을 먹고 자라난 새로운 관계가 조용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장미의 삶은 동화 같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재발의 가능성은 안개처럼 옅어지기도, 폭풍 전의 먹구름처럼 짙어지기도 하며 늘 조용한 그림자처럼 그녀 곁에 머물렀다. 문득 찾아오는 피로감에 숨을 고를 때면,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유한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서늘한 그림자 덕분에 오히려 지금 내리쬐는 햇살의 온기를, 지혜의 웃음소리를, 흙의 향기를 더 강렬하고 소중하게 느낄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통과 절망을 지나온 사람이, 다시 삶을 사랑하기로 선택했을 때만 만들어지는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그녀의 삶은 채워지고 있었다.


어느 늦은 오후, 정원을 가꾸던 장미는 흙이 묻은 손으로 훌쩍 자란 딸 지혜를 꼭 끌어안았다. 자신보다 더 커버린 딸의 품에서, 장미는 비로소 완전한 평온을 느꼈다.


"엄마, 오늘 정말 행복해 보여."


지혜가 엄마의 눈을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아이는 이제 엄마의 얼굴에 스치는 옅은 그늘까지도 읽을 줄 알았다.


장미는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정원 한편에 놓인, 깨진 조각들을 금으로 이어 붙인 화분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엄마의 삶은 더 이상 저 매끈한 새 화분 같지가 않아. 깨지고 부서졌지. 하지만 깨진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진, 저 킨츠기 화분처럼 세상에 없는 가장 아름다운 색이란다."


그녀의 삶은 이제, 고통의 흔적과 배신의 상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살아낸 용기가 만들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저물어가는 햇살이, 그 그림 위로 따스한 금빛 물감을 덧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