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운로드하는 시대
인생이 뷔페였으면 좋겠다고요? 그거야말로 우리 같은 프로 방황러들에겐 축복이죠. 매일 새로운 직업과 짜릿한 모험을 맛볼 수 있다면, 누가 따분한 일상에 만족하겠어요? 의사가 되어 생명을 살리고, 변호사가 되어 정의를 논하고, 가끔은 항공기 기장이 되어 하늘을 누비는 삶.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지 않나요?
하지만 인생은 뷔페가 아니었어요. 아니, 적어도 저에겐 그랬죠. 졸업식 날, 뷔페 앞에 텅 빈 접시를 들고 서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옆자리 마크 녀석은 이미 구글이라는 랍스터 요리를 한가득 담고 으스대는데, 전 '어떤 음식이 내 입맛에 맞을까?', '만약 맛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죠. 맙소사, 22년 동안 뭘 한 건지!
그때였습니다. 화면 속에서 '인생 뷔페'라는 초대장을 들고 윙크하는 뉴럴링크의 광고를 보게 된 건. "원하는 경험을 다운로드하세요! 실패 없이 완벽한 삶을 맛보세요!" 그 광고는 마치 제 불안과 고민에 "풉! 넌 이제 그런 거 안 해도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홀린 듯 '상담 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텅 빈 접시를 채울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였죠.
수술을 마치고 눈을 떴을 때, 제 눈앞에는 정말 '인생 뷔페'가 펼쳐졌습니다. 화려한 요리들, 아니 프로그램들이 끝도 없이 놓여 있었죠. '천재 외과의사'라는 이름의 스테이크부터 '완벽한 아들'이라는 따뜻한 수프까지. 저는 신이 나서 이 요리 저 요리를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의 노력이 단 3분 만에 제 것이 되었죠. 수술은 완벽했고, 부모님과의 통화는 감동적이었으며, 비행은 황홀했습니다.
하지만 먹을수록 속이 더부룩해졌습니다. 미슐랭 3스타 요리를 먹었지만, 제 혀는 맛을 잃어버린 듯했죠. 모든 것이 완벽해서 실패도, 좌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실패가 없으니 성취감도 없더군요. 남이 차려준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자, 제 접시에 제 손으로 만든 요리를 담을 필요성을 잊어버렸습니다. 저는 완벽한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겁니다.
어느 날, 저와 똑같이 뷔페를 폭식하던 친구가 결국 '페르소나 연쇄 붕괴'라는 이상한 병에 걸려 입원했습니다. 여러 삶의 조각들이 뒤섞여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가 되었죠. 그는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거울을 봐도 내가 없어. 그냥... 데이터 조각들만 남아있을 뿐이야."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 뷔페를 즐기는 동안, 진짜 '나'라는 요리사는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는 칩을 제거했습니다. 엄청난 고통이 따랐죠. 하지만 그 고통 덕분에 잊었던 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근, 두근.' 완벽하지 않고, 불안정했지만, 살아 있다는 증거였죠. 저는 뷔페의 화려한 요리 대신, 낡은 기타를 들고 서툰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삐걱거리고 음정도 맞지 않았지만, 그 소리에는 땀과 노력이 담겨 있었고, 그 어떤 완벽한 음악보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뷔페에서 요리를 고르지 않습니다. 대신 제 접시에 제가 직접 만든, 서툴지만 진정한 '나'의 요리를 담고 있습니다. 때로는 짜고, 때로는 싱겁고, 가끔은 타버리기도 하는 그런 요리들 말이에요.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인생은 뷔페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부엌에서 매일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가는 흥미진진한 여정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