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정원 Part7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by sarihana

7장: 공허함을 담는 렌즈


그로부터 며칠 후, 이든은 정원에서 낯선 여자를 마주쳤다. 그녀는 목에 걸린 카메라를 만지작거렸지만, 셔터는 누르지 않은 채 꽃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레오의 손녀, 클로이였다. 클로이는 뷰파인더를 통해 이든을 가만히 관찰했다. 흙투성이가 된 채 잡초를 뽑는 그의 모습은 그녀가 살아온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영락없는 '실패자'였다. '저 사람도 결국 도시에서 패배하고 이곳으로 도망친 거겠지. 아름다운 이상 뒤에 숨어서….'

어색한 침묵 끝에, 클로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약간의 냉소가 섞여 있었다.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이 작은 정원 밖은 여전히 회색 도시일 텐데요."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에 흙을 털고 일어나던 이든의 어깨가 잠시 굳었다. 그는 그녀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의심과 연민을 동시에 읽었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죠." 이든은 잠시 말을 고르다, 잔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 흙은 바뀝니다. 제 손길에 따라 더 부드러워지고, 더 많은 생명을 품게 되겠죠. 지금 저에겐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의 대답은 클로이가 예상했던 감상적인 변명이 아니었다. 담담했지만, 흔들림 없는 그의 눈빛에 클로이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든은 그녀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도시의 꿈을 팔려던 건축가와 도시의 욕망을 팔려던 사진작가. 그들은 거대한 도시의 논리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길 잃은 영혼들이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설계도가 '돈'이라는 가치에 팔려버렸듯이, 클로이의 재능 역시 '욕망'이라는 가치에 팔려버린 것이었다.

이든은 그녀에게 흙 한 줌을 내밀었다. "이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당신이 정성을 쏟은 만큼만 꽃을 피우죠. 단 한 번의 속임수도, 과장된 아름다움도 없고요. 거기에 있는 것은 오직 당신의 땀과 시간이 만든 진짜 결과물뿐이죠." 그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클로이의 마음을 흔들었다. "당신이 바라던 진실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온전한 것."

클로이는 잠시 망설였다. 평생 깨끗하게 관리했던 손을 흙으로 더럽히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이든의 말과 그의 눈빛에 담긴 진심이 그녀를 움직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흙을 만졌다. 차가운 모니터와 딱딱한 금속에만 익숙했던 손에 흙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그녀의 텅 비어 있던 눈빛이 아주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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