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의 퀀텀점프

현대적 출가자

by 이선율

오늘 회사 연못에서 한 장면을 보았다.

잉어 한 마리가 천천히, 거의 미동 없이 물속을 미끄러지듯 가고 있었다. 마치 물과 잉어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고요한 흐름. 그러나 갑자기, 꼬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더니—순간, 마치 공간을 뚫고 나온 듯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 속도는 믿기 어려웠다. 준비된 폭발, 응축된 에너지의 해방이었다.


​그 순간 나는 ‘요동(搖動)’의 진면목을 보았다.

인간은 보통 직선적인 노력을 신뢰한다.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앞서가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잉어의 움직임은 다르다. 한없이 고요하다가, 찰나의 리듬 속에서 단 한 번의 꼬리로 세계를 가른다. 노력이라기보다, 응축된 기다림에서 솟구치는 도약이다.


​이것은 마치 활시위를 오래 당기다가 단 한 번의 방출로 화살을 쏘아 올리는 순간과도 같다. 긴장은 길고, 해방은 짧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 모든 궤적을 결정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없이 낮은 음으로 시작해 고요를 쌓아올리다가, 단 한 번의 크레셴도로 청중의 심장을 흔드는 것. 고요와 폭발이 교차할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


​불교에서는 이를 “공(空) 속의 현현”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무수한 가능성이 고요히 응축되어 있다가, 인연의 조건이 맞을 때 한순간 형상으로 튀어나오는 것. 장자는 이것을 “무위(無爲)의 작용”이라 불렀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러한(自然).


​나는 그 잉어에게서 현대적 출가자의 리듬을 배운다.

출가자의 삶은 언제나 분주하게 달리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정지한 듯 고요히 머문다. 그러나 그 고요는 게으름이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리듬을 가다듬고, 순간을 기다리는 준비다. 그리고 때가 오면, 단 한 번의 꼬리로 세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삶의 진짜 힘은 직선적 노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요와 요동이 교차하는, 찰나의 도약에서 온다.


오늘 잉어는 나에게 속삭였다.

​“더 빨리 가지 말라. 더 열심히 애쓰지도 말라.

네 안의 리듬이 무르익을 때, 한 번의 꼬리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