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내용과 문장들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두고 정리해 두려고 노력하는데, 귀찮음과 게으름을 핑계로 기록까지 옮기지 못한 몇몇 책들이 있다. 신수정님의 <일의 격>도 그중 하나다.
올해 초에 읽었던 책인데,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보니 이 내용은 나를 위해서라도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의 격>에서 발견한 문장들을 기록해 본다.
그리고 업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사실 잘 맞는 인재는 리더가 에너지를 많이 쓰게 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어떤 지시를 하면 리더의 마감일보다 조금 빠르게 결과를 제공하고 성격이 급한 리더와 함께 할 때는 적절하게 중간 진행을 커뮤니케이션한다.
- 당신이 구성원이라면? 리더가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이 말은 리더가 당신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믿을만한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 나도 지난 시간 돌이켜보니 가만히 있는데 누가 알아서 챙겨준 적이나 운이 갑자기 온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대개 나의 제안이 회사 또는 고객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가지고 글이나 말로 제시해서 이루어졌다.
-... 이 경우 필요한 것은 적극적 자기표현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공치래를 하는 이들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이 표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부드럽고 논리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징징거리거나 불평하면 안 된다. 혼자서 끙끙 앓고 있으면서 괜찮은 척, 초연한 척을 할 필요도 없다.
-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과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서로 부딪치는 게 아니다. 남을 존중하면서도 얼마든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 회사 생활을 하면 할수록, 필요한 것을 먼저 제안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함을 여실히 느낀다. 결국 이런 태도는 능동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 인생은 구체적인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지만 북극성과 목적지는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어떤 미션이 있는가? 내가 이루려는 목표는 무엇인가?를 정해야 한다. 단지 그 미션과 목표를 이루어 가는 길은 우연이 개입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은 계획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려 하면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을 정리하고 가시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것이 계획만큼, 아니 계획보다 더 중요하다. 계획을 이루어가려는 노력은 하라. 그러나 계획대로 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계획된 우연 - 행운을 부르는 5가지 요인 : 호기심, 낙관성, 끈기, 융통성, 위험 감수
→ 내 커리어의 북극성은 어디인가? 북극성이 명확하다면 가는 길은 달라져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포트폴리오를 쓸 때에도, 경력기술서를 쓸 때에도, 면접을 볼 때에도 - PM으로서 어떤 북극성을 가지고 걸어갈 것인가, 중심이 서 있는 사람은 대답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 평소에도 계속 고민해봐야 할 가치들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 일을 살펴보면 20의 핵심적인 일과, 80의 비핵심적인 일이 있다. 앞의 20의 특징은 잘하면 비선형적인 성과를 내는 일이다. 핵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거나 고객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일,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드는 일,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하는 일, 재테크 등일 것이다. 반면 뒤의 80은 못하면 욕을 먹지만 잘해야 본전인 일이 많다. 대개 사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운영상 일들이다.
- 그러면 어떻게 일할 것인가? 위의 20은 열심히 한다. 에너지를 쏟는다. 시간을 더 투입한다. 위의 80은 무작정 열심히 하지 말고 '어떻게 편하게 할까?'에 초점을 둔다. 소위 뺀돌이가 되는 것이다. 80중 아예 할 필요가 없는 것은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 일을 안 했을 때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가?'를 자문하면 된다. 큰일이 안 일어나는 일은 하지 않으면 된다.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도 바보짓이다.
→ 업무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판단은 연차가 쌓일수록 더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 작은 일도 무작정 큰일처럼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덜 중요한 일(위 본문에도 나왔지만 머리를 쓰는 것보단 효율이 중요한 일)은 시스템을 만들어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
-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멀미하기 쉽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뒷자리에 앉아있기에 조그마한 흔들림에도 멀미를 한다.
- 당신이 리더라면? 구성원들이 대부분 뒷자리에 앉아있음을 기억하라. 그들은 대부분 조금만 흔들거려도 멀미한다. 당신은 신나게 운전할수록 그들은 죽을 맛이다.... 앞자리에 앉으면 뒷자리보다 멀미를 안 한다. 앞자리에 앉게 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회사의 목표와 가는 길을 가시화하여 계속 공유해 준다는 것이다. 같이 회사의 미래를 보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멀미가 덜해진다.
→ 비단 조직구조상 리더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닌 듯. PM으로서도 꼭 새겨둘 내용인 것 같다. 메이커들에게 같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공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이 멀미하지 않고 같이 앞자리에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능력.
"리더십이란 체스가 아닌 정원 가꾸기와 같다. 리더는 정원사처럼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며 나무들을 외부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원사는 환경을 만들어줄 뿐 자라는 것은 나무 스스로다"
[장기/체스와 같은 리더십]
불행히도 장기나 체스의 말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장기를 두는 사람, 체스를 두는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 리더가 리더십을 체스나 장기로 여긴다면 이는 리더 자신이 구성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통제하고 지시하겠다는 의미다. 구성원들은 리더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일 뿐이다. 또한 구성원들은 체스나 장기의 말처럼 필요가 없어지거나 상대에게 패배하면 언제든 퇴출당하게 된다.
[정원 가꾸기 리더십]
리더는 정원사처럼 환경을 만들어준다. 구성원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땅도 갈아주고 물도 준다. 구성원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들을 뽑아준다. 그러나 자라는 것은 구성원들 스스로이다. 리더는 그들을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조성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자기가 잘나서 잘 자란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 그 뒤에는 정원사의 땀과 노력이 있는 것이다.
- 회사나 창업자가 '철학이 있다, 없다'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창업자와 회사가 우직하게 밀고 가는 미션과 핵심가치가 있고, 이를 끊임없이 내재화하는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 미션은 기업이 자신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공헌하자는 것이다. 소위 '대의명분'이며 이 대의명분이 있어야 큰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보람도 느끼고 세상도 그 기업을 지지한다. 용병은 돈만 보고 모이지만 인재는 돈만으로 안된다. 대외명분을 보고 모인다.
- '핵심가치'는 그걸 무시하고 돈 벌 다른 기회가 있을 때도 이것 대신 선택할 배짱이 있어야 하는 가치이다.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이다. 그러므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고 무시무시한 것이다. 이게 정말 대표의 철학이다. 대표가 말은 하는게 실제 결정에서 몇 차례 무시하기 시작하면 휴지조각이 된다.
→ 핵심가치에 대한 정의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걸 무시하고 돈 벌 다른 기회가 있을 때에도 선택할 수 있는 가치'.
나는 어떤 핵심가치를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거기에 공감하여 일하고 싶은가? PM으로서 이 고민을 늘 놓치지 않고 있어야, 제품을 만들어가는 동기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천재가 아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나이가 먹어도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다. 많이 쓰고 많이 시도하는 것이다. 양에서 질이 나온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나이와 무관하게, 집요하게 꾸준히 하면 운이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운은 끊임없는 시도와 꾸준함에서 나온다.
- 우리가 진단, 코칭, 피드백 또는 도움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문제를 정확히 찾아 빠르게 해결하고 실력의 진보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왜 미루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그것을 '평가'로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길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어 피드백을 받거나 진단, 도움을 받는 것이다. 미루지 말고 그냥 하라. 잘한 뒤에 상사나 멘토나 코치나 도움받을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잘하기 위해 찾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