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 번째 글감
우리 모두는 살면서 꽤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온전한 내 이름부터, 애칭, 회사나 내가 속한 곳에서의 직급까지, 내 주변의 사람들은 여러 이유에서, 여러 마음을 담아 오늘도 나를 부릅니다. 그리고 그가 나를 부를 때 나는 그 사람의 일상에 한 걸음 흔적을 남기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일이란 어떤 대상과 나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그의 흔적을 내 안에 쌓고, 마음을 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이겠지만(W.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中), 그럼에도 당신은 그가 이름을 부를 때야 비로소 그에게로 가 꽃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김춘수, 꽃 中).
이번에는 자신에게 이름을 붙여봅시다. 스스로 이름을 지어 붙이는 일이 몹시 생경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여간 낯간지러운 일이 아니고, 나는 내가 알기도 전부터 이미 내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으니까요. 해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빌리는 것부터 시작해봅시다. 분명 누군가의 이름을 따르는 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동경하기에, 또는 그와 닮아가기 위해서 등등. 이는 여러분이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따 내 이름을 붙이는 일은 결국 그가 어떻게 내게로 와서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되짚어 보는 일입니다.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이번에는 당신의 이름이 이쪽의 일상에 남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성, 그리고 글 : 동경의 집합체 / 이루시엔
우드스탁과 선처럼 나란히 누워 / 우드수탁
홀든 콜필드를 위하여 / 박홀든
모두로서의 브이 / 박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