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아카이브_어린아이처럼

일상을 예술처럼 바라보기

by 활귀인

집에 가는 길,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잔디를 밟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참 바라보더니

결국 그 팻말을 넘어 잔디 위로 올라갔다.

물론 그 문구의 의미를 알 리가 없었다.

잠시 후 아이의 엄마가 뒤따라와 아이를 다시 인도로 데리고 갔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아이에게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세상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두는 호기심을 보았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부터 저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순수함과 호기심을 잃는 과정일까?

생각해 보면, 결국 차이는 ‘몰입’의 깊이인 것 같다.
아이에게는 이 세상 거의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매 순간이 새로운 발견일 것이다.

관찰하게 되고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반면 나는 대부분의 것들이 너무 익숙하다.
이미 수없이 지나쳐온 풍경 속을 대충 걸어가며, 휴대폰을 보더라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가만히 떠올려보니, 나도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세상을 바라보던 순간이 있었다.
바로 낯선 곳으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최근 휴가기간에 몽골을 다녀왔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자와 언어, 비슷하지만 다른 얼굴들, 처음 맛보는 음식,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
그 모든 변화가 나를 다시 어린아이처럼 만들었다.

휴대폰을 볼 틈도 없이 눈앞의 풍경과 사람들, 소리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그 순간들은 분명 나에게 ‘살아있다’는 감각을 되돌려 주었다.


퇴근길 전철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다.
요즘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

한국 사람들은 전철을 타면 부분이 휴대폰을 본다.

그 사이 관광객들은 전철 안에서도 계속 주변을 둘러보고 풍경사진을 찍으며 순간을 기록한다.

한 번은 길을 헤매던 관광객을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깨끗한 전철과 스크린도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던 대화가 기억난다.
그들도 분명 내가 여행에서 느꼈던 그 ‘새로움’과 ‘설렘’을 경험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확신하게 되었다.
새로움을 느끼는 능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었던 것뿐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보고, 듣고, 먹는 모든 순간을 하나의 예술 작품을 경험하듯 바라보기로.
낯설지 않아도, 익숙해도, 그 안에서 다시 새로움을 찾아보기로.

그렇게 산다면, 매일을 여행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제 ‘미학적 삶’을 살려고 한다.


모든 인생은 하나의 예술이고, 그 안에는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즐거움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그 모든 순간에 몰입하며, 내 삶을 하나의 작품처럼 다듬어가려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호기심이 다시 나를 생기 있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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