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아니었으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할 삶이 있다. 그나마 연극을 보고 책을 읽으니 나와 다른 삶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연극 <킬 미 나우>는 나를 장애와 돌봄의 중심으로 끌고 갔다.
조이는 성인이 되기까지 좀 기다려야 하지만 2차 성징은 나타났고 사내로의 욕망도 스멀스멀 표시가 난다. 그러나 조이는 지체장애인,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는 물도 마실 수 없다. 그를 돌보는 이는 그의 아빠 제이크. 제이크의 아내와 엄마는 십여 년 전에 음주운전 사고로 죽었다.
제이크가 조이에게서 해방되는 날은 매주 화요일 저녁이다. 이 날은 제이크의 동생이며 조이의 고모 트와일라가 제이크를 돌본다. 제이크는 이날 유부녀 로빈을 만난다. 조이의 유일한 또래 친구는 라우디. 라우디는 정신장애를 가졌지만 건강하고 유머러스한 조이 돌봄 도우미다.
요즘 제이크의 가장 큰 고민은 목욕시킬 때마다 발기하는 조이의 성욕을 어떻게 해야 할지와 갑자기 로빈과의 잠자리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가정에 날벼락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제이크가 치유될 수 없는 병에 걸린 것이다.
결국 이 가정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그들의 마지막 선택을 강요당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이들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내리는 결정은 무엇일까? 연극은 ’ 인간다운 삶‘과 ’ 존엄‘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실한 질문을 던진다.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이 연극에는 지체장애인 연기가 필요하다. 조이를 맡은 김시유 배우는 흡사 스티븐 호킹 박사 같은 표정과 움직임으로 정도가 심한 지체장애인 연기를 한다. 어눌한 발음이지만 대사가 전달이 되도록 한 것은 각고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제이크 역의 이석준 배우도 로빈 역의 이지현 배우도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를 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에 라우디 역의 곽다인 배우와 트와일라 역의 이진희 배우가 활력을 준다. 이진희 배우의 술주정 연기는 <빵야>에 이어 여기서도 아주 끝내준다.
극 후반으로 가면 객석에선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막이 내리면 울음바다가 된다. 작정하고 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혼신을 다하는 배우들 연기에 절로 눈물이 난다.
장애와 돌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작품이다. 상연 기간이 아직 남았다. 좋은 작품이다. 보시라.
브래드 프레이저 작
오경택 연출
김시유 @see_you_again_92 이석준 이진희 이지현 곽다인 출연
연극열전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