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했다거나 유명하지도 않은데...”
“평범한 내 삶에 특별한 힘이 있겠어?”
많은 분이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하지만, 막상 첫 문장을 쓰려고 할 때면 손이 멈칫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남긴 일기 한 줄, 노트나 메모장에 휘갈겨 쓴 아이디어, SNS에 올린 짧은 글은 책의 가장 단단한, 확실한 씨앗입니다. 왜냐하면 굉장한 주제나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작고 소소한 기록 속에 우리의 진짜 목소리,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책은 ‘시간의 기록’입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나온, 경험한, 마주한 시간의 흔적입니다. 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의 나열처럼 느껴지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체적으로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 연대기입니다. 또한 메모나 노트는 순간적으로 떠오르거나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찾아든 번쩍이는 장면을 아이디어라는 이름으로 붙잡은 것입니다. 더불어 SNS에 올린 글은 나의 이야기가 우리, 그러니까 독자의 이야기로 건너가 공감하고 교감한 지점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일기, 노트나 메모, SNS에 올린 글은 ‘기록’이라는 방식을 거쳐 멋진 보석을 완성하기 위한 원석입니다. 책은 이러한 원석을 갈고, 다듬고, 또다시 갈고, 다듬어 완성한 것에 불과합니다. 세상에 없던 것,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꾸준히 쌓아온 기록을 발굴하여 소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에 강의에서 만난 어떤 분은 “나의 작은 이웃”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웃’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사람’을 떠올렸지만, 그분에게는 베란다에서 키우는 식물과 다육이가 이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바라보기만 했는데,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어떤 날에는 작은 잎이 하나 올라오고, 어떤 날에는 잎이 좀 더 짙어진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대견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고 몇 줄을 남긴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소소한 기록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달을 지나는 동안, 책 한 권의 분량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은 ‘뭔가 거창한 것을 쓰겠다’라는 엄청난 각오보다 작고 소소한 기록을 쌓고, 엮어나가는 마음이라고 말입니다.
책을 쓰고 싶다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늘 하루를 한 줄로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오늘은 한 줄이지만, 내일은 두 줄, 그다음 날에는 열 줄, 어느 지점에는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마음먹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나도 일기를 쓰고, SNS에 쓴 글을 한번 모아볼까?”
from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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