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알고 싶어서 책을 읽었고, 이런 내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글을 썼다. 요즘은 책에 인색한 시절이 왔다고들 한다. 그래도 나는 소설이 좋고, 시가 좋고, 사람이 좋다. 소설이나 시나 다 사람과 관계가 있다.
글을 잘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글에 마음을 담아서 흉내 낼뿐이다. 아직은 견문이 좁아 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그래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행동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나. 일단 생각나는 대로 써본다.
장르는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소설을 쓰기도 했다가, 에세이를 써보기도 했다가,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관한 정리본을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 알아봐 주는 일도 아니다. 그냥 취미 삼아 하는 일이다.
글을 쓰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저 처음 문장과 끝 문장, 그 사이에 연결되는 많은 문장을 쓰는 일일 뿐이다. 때로는 처음 한 문장을 위해서 나머지 모든 글을 써 내려가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마지막 한 문장을 위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한다.
처음부터 생각하고 쓰는 것은 아니다. 그냥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남들은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겠다. 마음은 그릇의 모양을 하고 있는지라 그릇의 크기를 넘어서면 흘러넘치곤 한다. 아마도 나는, 이 흘러넘친 물들을 기억하는 글을 계속 써 내려가는 듯하다.
글을 잘 써보고 싶어 수십 번을 썼다 지웠다 해보지만, 결국 제자리일 뿐일 때가 많다. 쓰는 사람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 더 나아진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긴 하다. 글이 막힐 때를 생각해 보면, 내가 글에 욕심을 부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무언가 나를 더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글을 쓰고 싶어, 이리저리 살을 붙이면 글은 망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내 글이 둥지를 찾아 헤매다가 비로소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차근차근 쌓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