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OST강자
'Think about you' 'Your everything'
태연이 최근에 부른 OST '내일은 고백할게'는 이렇게 시작한다. '널 생각한다' '너의 모든 것'이라는 말. 모두 세볼수는 없지만, 아마 전세계 대중가요에서 수천번 등장하지 않았을까. 나쁘게 말해 아주 상투적인, 너무 소비돼 닳고 닳아버린 러브레터 구절.
아니 이렇게 재미없는 가사인데!...태연의 목소리를 통하면 다르다. 납작한 문장에 이야기가 생긴다.
내가 태연이 부른 노래를 신뢰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성량 테크닉 등도 이미 입이 아플 정도로 최고지만, 무엇보다 노래에 풍성한 서사를 불어넣는 능력.
노래 첫 구절을 듣고 여러가지 서사가 떠올랐다. 우선 다양한 짝사랑이 떠오른다. 양쪽이 서로 인지하는 상황일 수도, 한쪽만 마음을 키워가는 상황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랑도 떠오른다. 이미 연애를 시작한 남녀가 다시금 사랑을 고백하는 상황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드라마를 연계한 서사도 물론 어울리지만, 그 외 다른 이야기를 불러일으키는 점은 태연의 목소리가 가진 큰 장점이다.
사실 상투적인 가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태연의 오랜 장기다. 직전의 히트작 '그대라는 시'도 비슷하다. '잊지말아요' '내 곁에 있어요' 등 뻔한 문장이 많지만, 태연 앞에선 그런 감각은 모두 무뎌진다. 대신 한계를 목전에 둔 사랑에 임하는 장만월(?)에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나타내니까.
태연 목소리를 들으면 'fragile'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깨지기 쉬운'이라는 말. 나는 그가 행복을 노래하든, 파티를 노래하든, 겨울을 노래하든, 이별을 노래하든 청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기저에는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이상한 아슬아슬함이 자리한다. 깨지기 쉽고, 사라질 것 같아 더욱 귀하고 아름답다. 내겐 태연 목소리가 그런 마음을 자극한다. 사라지기 전에 더 듣고 싶고, 그래서 왠지 슬픈 아련한 정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