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불완전한 인생을 살며 완전을 배워가는 중

by 사유독자

류시화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를 읽으면서, 책 제목이 곧 내 마음의 문장을 대신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길은 내가 설계하고, 내가 선택한다고 믿었지만 실제의 삶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책 속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겪는 모순과 불완전함이 그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구나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을 살고 있고, 그 벗어남 속에서 자신의 무게를 다시 재본다. 책이 나에게 준 울림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

나는 그동안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 왔다. 관계에서는 배려를 우선했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감정을 조심스럽게 다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건, 배려가 늘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마음들이 있었고, 침묵이 깊어질수록 관계는 오히려 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이것도 다 지나가겠지.”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지나가기만’ 하면 되는 걸까?
지나가는 동안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 서 있었는가?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책은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생각한 인생’과 ‘살아내는 인생’ 사이의 틈을 인정하게 한다. 그 틈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그곳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그곳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조용히 일러준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내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결혼한 지 오래됐고,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어느덧 중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내가 생각한 인생과 많이 달랐다고 해서 실패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오히려 이제야 비로소 ‘내 인생’을 본격적으로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이 건넨 메시지는 단순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생을 살며 완성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용기도 되었다.

앞으로의 삶은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한 인생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지금부터 살아갈 인생은 분명 나답게 만들 수 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이처럼 사소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