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10대, 20대, 30대처럼 나이로 구분한다.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을 조금 다르게 구분 짓고 싶다.
인생의 큰 챕터를 나이로 나누는 대신, 큰 생각의 변화에 따라 챕터를 구분해보고 싶다.
돌이켜보면 내 첫 번째 인생은 세상에 맞추어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좋아하는 것이 있어도 남의 시선이 먼저였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남들에게 인정받을까’를 고민하며 살았다.
부모님의 뜻, 주변의 시선, 사회의 기준 같은 것들이 나를 이끌었고
그 안에서 나는 그저 열심히 성실히 사는 방법만 배워갔다.
그 시절의 나는 꽤 성실했지만, 진짜 나답게 살고 있지는 않았다.
두 번째 인생은 20대 중반쯤 시작되었다.
비로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던 시기였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시도를 했다.
누군가가 정해준 방향이 아니라, 내가 끌리는 방향으로 움직여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것들이 어색한 자유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결국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믿었던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작했던 것들이었고,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조용히 혼자서도 계속하게 된다는 걸 그때 처음 배웠다.
20대의 나는 꽤 치열하게 살았다.
스스로 돌아봐도 놀랄 만큼 많은 일을 해냈고,
때로는 버거웠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이제는 내 마음도 좀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바로 나의 세 번째 인생의 시작이었다.
2년쯤 전부터 그때 처음으로 나 자신을 진심으로 돌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 번째 인생의 나이를 다시 세어본다면,
나는 이제 겨우 두 살 반쯤 된 셈이다.
비로소 나로 살아가기 시작한 시간,
그 짧은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아직 아기처럼 서툴고,
세상에 대해 다시 배우는 중이다.
어릴 때는 서른이 참 궁금했다.
다들 서른이 될 인생이 무섭고 두렵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 나이를 기다렸다.
그만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면 진짜 어른이 된 시점은
내가 나를 돌보기 시작한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어떻게 나를 아끼는지, 어떻게 덜 조급해지는지,
어떤 일은 놓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방법을.
그리고 다 잘할 수는 없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고,
나쁘기만 한 사람도 착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는 것들을.
그래서 지금의 나이는 숫자로는 30대지만,
인생의 나이로는 이제 겨우 두 살이다.
두 살짜리 인생은 아직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만큼 새롭고 유연하다.
예전보다 덜 완벽해도 괜찮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
앞으로 내 인생의 챕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는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게 내가 내 인생의 세 번째 장을 연 이유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렇게 나를 돌보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그동안 또 많이 이루었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마흔의 내가 되어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