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기의 시대, 교육의 응답’을 읽고_
기묘하게도. 읽어 내려갈수록 이제 막 시작을 앞둔 사회 초년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설렘과 의지가 느껴졌던 책.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은 이러한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쉬는 거구나. 감탄하며, 본 적 없는 뜨거운 심장과 영롱한 눈빛에 닿았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으로, 예술이라는 도구로 수업을 이끄는 사람으로, 초등학생 아이를 기르는 양육자로, 사회에 몸 담고 있는 시민으로 책을 접하면서도 여전히 수많은 질문이 남는다. 또한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코너로 생각 지점을 배치해 둔 덕분에 어린 시절까지 다시 소환해 보았다.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적 있는가? 생각을 해보았을 때, 야만의 교실에 있었음이 분명하다.
비교는 일상생활이었고, 석차순으로 개인의 존엄성이 결정되었고,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경험(?)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의식이 깨어있었던 소수의 스승님들, 공동체의 손길 등. 빛과 소금 덕분이다.
그때의 경험을 교실이라는 귀한 공간에서 아이들과 나누는 것은 내 매일의 소명이다.
수업 안에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생명력’이다. 나로서 존재하고 너를 만나 서로 알아가고, 우리가 함께 문제를 바라본다. 이것을 연극적 상황으로 들여다보고 입장을 경험해 보는 것은 학생들의 잠들었던 인식, 이론으로만 알았던 지식을 ‘일상의 나와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가끔 죽어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실제 상황이다.) 죽어있다는 것은. 일단 기본적으로 무기력한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흐려진 집중력으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 거기에 더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를 왜 존중해주지 않나요?라는 왜곡된 태도. 이 장면은 이만하면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익숙해지지 않으리라 생소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이 분위기가
교실의 기본값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강한 의지가 있다. 지금 내가 이 아이를 모른 척하는 순간, 이 작은 허용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리라.
흐느적거리며 ‘최선을 다하는 중이에요’ 말하는 아이의 진실되지 못함은 그 자리에서 강경하게 지도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참관한 수업 나눔에서는 엄청난 생명력을 부여받고 왔다. 아이들이 깨어있는 수업! 상황 속에서 상대 입장이 되어보고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생각을 말하는 모습에서, 일상에서 작은 숙제를 발견하고 보람찬 마무리를 하는 모습에서, 전율을 느꼈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수업의 기준이 아닌 삶에 대한 나의 목적성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음을 보고 싶은 욕구, 살아있음을 증명하며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경이, 치열하게 공부하며 고민하는 현장, 이런 것이 가슴을 떨리게 만든다. 오늘 수업에서 내 입으로 꺼낸 한마디가 앞으로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잘 나눌 수 있을지의 고민은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방향성을 찾아가 보려 한다. 연대를 통해 서로의 지혜를 듣고 나누는 과정을 몸소 실천함으로 아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협력수업 안에서 선생님과 내가 눈을 마주치고 한 번 사인을 주고받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학생들에게 배움 이상의 영감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순간에도 작은 교감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고 살아갔으면.
민주주의 교육이 멀리 있을까. 각자 건강하게 존재하면서도 함께일 때 조화를 이루는 것. 선의의 목적을 향해 같이 고민하면서 의사 표현하는 것.
이것을 지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형태로 마주한다면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일 텐데. (3일 전에도 저녁 먹으며 아이 아빠랑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여준 내가 할 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러모로 아직 개인의 미숙함과 맞물려 계속 시행착오에 있다. 교실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저자가 보여준 자기 고백적인 대목에서 감동과 앞으로의 실천적 의지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의 덕과 여러 힘으로 지금의 내가 있듯이, 좀 더 성장하여 주변에 나눌 것이 많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좋은 수업으로, 좋은 가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건강한 구성원으로 존재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린 시절 부모님께 최고의 민주교육을 받은 것이 아닐까.
빛과 소금처럼 살아라. 나로서도 빛나고 또 충분하고 세상에도 기여하는 삶.
이렇게 수업이 나를 살게 하니, 수업으로도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치열하게 수업을 준비하겠다.
2025.11.07
교육연극연구소 사유무대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