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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뮈앤끌로이 Jan 02. 2024

평범한 하루

우리는 대체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많은 일이 있던 하루였다.

일년에 두번 남짓 회사에 방문할까 말까한 총괄 부회장님이 방문하셔서 직접 신임대표님을 직원들에게 소개하시고 제법 격식을 갖춘 취임식을 진행했다. 내일 예정되어 있는 부문 보고 리허설을 준비하느라 리더들은 분주했고, 사뭇 긴장감이 돌았다.


숫자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대표가 부임했다는 소식에 자신이 알고 있는 숫자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느라 신경이 곤두선 사람들 틈에서, 홀로 태평스럽게 "이런 질문을 한다고?", "이 숫자로 그런 결정까지 할 수 있다고?" 하며, 도무지 내 스타일엔 맞지 않는다고 이죽거렸다.


확신할 건 아무것도 없음에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예측하고 싶어하고 어떤 처세를 취해야할지 의견을 나누지만 이 모든 게 아무 의미 없다는 걸, 결국엔 알게 될 것이다. 이미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우리가 믿고 있던 과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나서 사람이 죽고, 공항에 착륙하던 비행기에 불이 붙어 큰 재앙으로 이어질 뻔 했다. 유세 중이던 이재명 대표가 칼에 찔렸고, 아파트에 불이 났는데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예측할 수 없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난다.


오늘 내 의지대로 한 일은, 6시에 기상해 지난달 나고야에서 사온 미소된장에 다시마2장을 넣고 미역과 두부를 썰어 넣어 따끈하게 끓여낸 것과 남편이 간단하게 갈아먹을 수 있도록 어젯밤에 미리 쪄둔 브로콜리, 청경채, 양배추에 레몬주스와 스테비아를 넣어 믹서기에 넣어둔 정도다.


내일은 눈에 익지 않는 숫자를 달달 암기해서 들어가야 하는 첫 보고가 계획 되어 있지만,  지금의 나는 어떤게 더 중요하고, 어떤게 덜 중요한지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중요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 막상 지나고 보면 아무런 힘이 없기도 하고, 너무나 소소한 일상의 기억이 미래의 나를 위로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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