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악세사리는 적당히!
절제는 또 다른 아름다움의 표현일지니
악세사리를 좋아한다.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를 가리지 않는다. 앗, 의외로 발찌는 못 쓰고 있다. 운동화를 항상 신어서, 양말이 발목을 넘는 스포츠 양말이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는 악세사리가 꽤 있는 편이다. 귀걸이는 대략 50개 정도 있을 것 같고, 반지는 여섯 개, 목걸이도 열 개가 넘게 있다.
그냥 개수가 많으면 차라리 괜찮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말한다. '원래 내가 쓰는 몇 가지만 돌려 쓰게 되어 있어' 그러니 다 비슷비슷한 것을 사게 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왜냐면 내가 갖고 있는 귀걸이 디자인은, '이거 진짜 사는 사람이 있구나' 싶은 것들이 많아서다. (사실 받은 것들이 많다) 게다가 전부 다 석 달에 한 번 이상 쓰기 때문에! 굳이 써야 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대답하리라. 나는 미니멀리스트니까! 쓰지 않는 걸 버려야 하는 사람이니까! 버리지 않기 위해 쓰는 지난한 투쟁을 우리 집 악세사리와 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겠으나,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가. 우리 집 악세사리가 그러하다. 나는 정리를 위한 보관함이나 서랍장을 갖고 있지 않다. 작은 것들은 작은 약통에 보관해둘 수 있었지만, 큰 것들은 보관해 두기가 참 어려웠다. 귀걸이야 크다 싶으면 틴케이스에 넣어두면 되었지만, 여기저기 엉키는 목걸이는 정말 답이 없었다. 그래서 같이 사는 가족들을 괴롭게 하는 선택지를 마련했다. 냉장고에 자석형 고리를 네 개 붙이고, 거기에 주렁주렁 목걸이를 걸어두는 거였다. 지금도 그렇게 정리하고 있다. 악세사리와 나의 긴 투쟁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악세사리는 사용한 뒤 잘 소독해서 다시 있던 곳에 놓아두어야 한다. 매일같이 악세사리를 갈아끼우는 나는 최소한 한 주에 한 번 이상 악세사리를 소독해 주어야 했다. 그건 정말이지 귀찮은 일이었다. 꾸준히 해 주지 않으면, 녹이 슬기도 하고 색이 변질되기도 하니 중요한 일이다. 내가 악세사리를 아끼는 만큼 열심히 해야 할 일이겠으나, 잘 하지 않았다. 이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악세사리의 '집착'을 알아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악세사리를 잘 소독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잘 쓰는 것도 일이었다. 거기다 나처럼 악세사리가 휘황찬란 이상야릇하면 더 그렇다. 귀걸이 중에서 10캐럿은 되어 보이는 (당연히 가짜인) 에메랄드 귀걸이가 있다. 경주에 가도 낄 일이 없어 보이는 신라 시대의 곡옥을 달아 놓은 귀걸이도 있다. 전통 문양이 복잡하고 화려하게 그려져 있어 차마 어디에도 끼기 어려운 귀걸이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귀걸이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어떻게 그런 걸 착용하냐 싶지만, 이럴 때의 나는 이상할 정도로 굉장한 행동력을 발휘한다. 거기다 과감하기까지 하다. 그 화려한 귀걸이에 휘황찬란 목걸이를 이중으로 걸치고, 팔찌도 두 줄을 낀다. 팔찌 무게만으로도 손목 운동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귀걸이는 가끔 귀가 아플 정도로 무거웠다. 귀걸이도, 목걸이도, 반지도, 팔찌도 전부 반짝반짝해서 누가 보면 신종 까마귀가 아닌가 고민했을 것이다.
처음에 그런 악세사리들로 풀 세팅을 하고 출근을 했을 때 모두의 반응을 떠올린다. 다들 어디에 태클을 걸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 하나를 걸고 넘어지자니 걸리는 게 너무 많았던 탓이다. 귀걸이를, 목걸이를, 팔찌를... 하나만 말하기엔 너무 많았던 탓에, 그들은 입을 모아 내게 말했다. '너는 너무 과해!' '하나만 해, 하나만!'
그 표현은 정확하다. 나의 악세사리는 과한 감이 있었다. 아끼는 식물에 물을 넘치도록 주는 아이처럼, 악세사리를 넘치도록 하고 다녔다. 넘치는 악세사리를 그렇게라도 소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렇게나 소비하려는 마음과는 달리, 정작 나는 더 많은 악세사리를 받거나 사며 늘려가고 있었는데. 나의 악세사리 세계는 끝없이 확장하고 있었고, 나는 미니멀을 추구하면서도 '이 정도야 뭐'하는 태도로 방관했던 것이다. 결국 그 방관이 나를 투쟁하도록 만들었다.
그 때와 비교하여, 지금은 악세사리를 조금 줄였다. 앞으로는 늘일 일 없이, 줄일 일만 남은 것 같다. 너무 과하다 싶은 것과 잘 쓰지 않을 듯한 것은 눈물을 머금고 정리했다. 지인들의 평가가 그렇게나 박했는데, 아깝다고 여기는 나 자신이 좀 신기하기도 하다. 앞으로 악세사리는 감축을 목표로 할 예정이다. 공간을 작게 차지한다는 이유로,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문제를 눈감아주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악세사리는 좀 과한 편이다. 조금씩 빼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쓰지 않을 것들을 마음에서 덜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른 이들은 '아까워서' 옷을 버리지 못하거나 '쓸만해서' 쌓인 물건들을 버리지 못한다. 나는 그게 악세사리였던 셈이다. 너무 작고 티나지 않아서 모른 체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나는 악세서리라는 거대한 '집착'을 조금씩 덜어내려 한다. 집착의 크기가 물건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음을 배운 날이다.
마음과 개수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깊은 사랑으로 작게 소유할 그날까지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