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처럼 편안하거나,
아주 이색적이거나
호텔 연구소
가장 편안한 둥지를 연구하다.
고급 호텔도 이제 가만히 팔짱 끼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숙박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전 세계에 있는 집이 호텔의 경쟁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 생겨난 대체 숙박 서비스는 호텔에서 느낄 수 없는 집 같은 편안함을 주고 다양한 로컬 문화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는 이채로운 체험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펜션이나 대중 숙박 업체들도 점점 위로 프리미엄화가 되어가며 호텔과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 어느 정도 규격화되어 있어 예상 가능한 뻔한 호텔과는 달리 이색적인 공간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고급 호텔도 이제 스토리텔링과 차별화를 고민해야 한다.
마케팅 측면에서 고급 호텔의 현재 위치를 스왓(SWOT) 분석한다면, 좋은 입지와 훌륭한 시설, 다양한 부대시설과 브랜드 파워가 강점이지만 객실 수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고비용의 제한된 리소스 등이 약점이다. 기회요소로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전 세계 폭넓은 인프라, 넷트웍, 기존의 고객 데이터, 고급 요리와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위협요소로는 앞서 말한 대체 호텔 숙박 서비스이다.
포시즌 호텔은 호텔의 인테리어 디자인,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호텔 연구소 ‘리서치 앤 디스커버리 센터’ (Research and Discovery Center)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객실 디자인과 플랫폼에 대한 실험, 직접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편의성과 안전성 검증, 새로운 투숙 경험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호텔 연구소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메리어트 호텔 또한 언더그라운드 랩 (The Underground lab)을 운영하며, 실제 공간과 똑 같은 가상의 객실에서 Y세대에서 베이비 부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찰 경과 투숙객들의 사용빈도가 낮은 책상의 사이즈를 25% 줄이거나, 소소하게는 샤워 헤드 수압까지도 연구하기도 한다.
경험을 파는 에어비앤비,
호텔업계의 강력한 경쟁사가 되다.
힐튼과 메리어트보다 더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한 ‘에어비앤비’는 사실 하나의 정형화된 실체(건물)와 일관적인 서비스가 없다. 일반인의 집에서 빈 방을 빌려주는 공유 경제라는 숙박 플랫폼이다. 서비스 퀄리티는 사실 가는 곳 마다, 갈 때마다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낯선 이의 집에서 겪는 예상하지 못한 불편감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약간의 모험도 감행해야 한다. 전 세계 지역에 따라 집주인(호스트)의 성향에 따라, 같은 시기에 온 다른 하우스메이트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과 투숙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에어비앤비를 갑자기 유명하게 해준 몇 장의 사진이 있다. 기린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호텔, 나무 위에 높이 지어진 집, 독특한 유선형의 집과 같은 굉장히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누군가의 평범한 집이기에 빈 방의 여건은 편차가 클 수 밖에 없다. 에어비앤비는 이를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는 것 같은 새로운 경험으로 스토리텔링 하였다. ‘어디에서나 우리 집처럼’,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로 유명한 에어비앤비 국내 광고는 해외 가족여행이나 제주도 여행까지도 호텔이 아닌 남의 집에서 투숙해 보고 싶은 호기심을 성공적으로 끌어내었다.
이색적인 경험으로 진화하는
호텔 호스피탈리티 서비스
포시즌 호텔에서는 전세기를 타고 다니는 럭셔리 세계 여행 일주 상품을 내 놓았다. 이 여행 프로그램은 3개월간 전세기를 타고 여행 가고 싶은 8개 나라를 여행하면서 고급 미식과 궁극의 럭셔리 여행 경험을 만들어 주고 있다. 1인당 최소 $138,000(약 1억 5천만원)에서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의 여정은 예를 들어 미국 시애틀, 일본 도쿄, 인도네시아 발리, 빅토리아 셰이셸, 르완다, 모로코 마라케쉬, 콜롬비아 보고타, 갈라파고 섬을 거치 미국 플로리다 올란도에서 마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포시즌 호텔은 자체 매거진인 ‘포시즌 매거진’을 통해 특화된 여행 패키지를 제안하고,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투숙객이나 잠재 투숙객 대상으로 교차 홍보 하고 있다. 이미 포시즌 호텔을 경험한 투숙객이라도 도시마다 다른 스토리텔링과 전혀 다른 투숙 경험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속해서 다음의 여행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공유 경제를 속삭이는 호텔 카푸치노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호텔 카푸치노는 호텔 이용객들이 직접 공유 경제를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일반 엘리베이터와 나란히 있는 엔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엘리베이터를 누를 때 마다 카드키를 통해 500원씩 기부할 수 있고, 수건이나 린넨 교체 서비스를 적게 사용하는 만큼 앤젤 쿠폰을 투숙객에게 돌려준다. 앤젤 쿠폰으로 기부하거나 무료 커피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1회용 샤워용품 어메니티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쓰는 디스펜서 용기에 담긴 독일 친환경 샤워제품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저를 사용하는 동안은 물을 꺼주세요)가 비취 되어 있다. 쓰지 않는 옷이나 제품은 호텔로비에 비취된 Earn & Giveaway Box에 기부할 수도 있다. 또한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바크룸을 이용하면 유기견 보호 단체에 일정액을 간접 기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미래 호텔, 기술이 발전해도 따뜻한 감성이 먼저다.
이미 호텔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일본의 헨나호텔은 프론트에서 공룡모양을 한 인공지능 로봇이 체크인을 도와주고 간단한 객실 서비스를 도와준다. 몇몇 호텔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벨보이 뿐만 아니라 간단한 홈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실 호텔이라는 공간은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가상 현실 등 모든 접점의 4차 산업 기술을 시연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랫폼 중 하나이다. 하여 수 많은 제휴 브랜드의 기술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겨루는 각축전이 되고 있다. 스위스의 로잔호텔 학교 (EHL)에서 제시한 미래의 호텔은 유리창에 간단한 터치만으로 풍경과 풍경에 맞는 배경음이 나오며 뉴욕의 고층건물에서 눈으로 덮힌 풍경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여기서 프리미엄 호텔 서비스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멋진 기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호텔이 프리미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집처럼 편안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잊지 못할 좋은 여행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한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언어와 국적의 경계 없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오래 머물고 싶게끔 하는 프로그램과 감성 컨텐츠가 필요하다.
<메이드 바이 프리미엄> 매거진에 연재되는 글은, 출간되지 않은 컨텐츠입니다.
출간, 강의 관련 scandil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