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up Meet-up ep1. 액티비즘 브랜딩 후기 / 김수영
7월 5일 오풍의 온라인 이벤트 ⟨Dig-up Meet-up ep1. 액티비즘 브랜딩 - 브랜드 액티비즘 뒤집어보기(기후, 환경편)⟩(이하 '딕업 밋업')이 열렸습니다. 오풍이 디깅한 해외 사례 공유에 이어 패널 홍다예 매니저(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 유스 액티비즘 팀), 장은나 기획자(프리랜서 마케터/크리에이터)와의 대화가 밤 열시까지 계속되었지만 70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모여 액티비즘과 브랜딩, 두 가지를 둘러싼 "자아분열"을 두고 채팅창에서 시끌벅적하게 머리를 싸맸습니다. 이 진동이 계속 되기를 바라며 김수영님의 후기 "흔들리며 서있기"를 공유합니다. - 편집자 주
김수영(프리랜서, 디자이너)
비즈니스와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경험, 관계 형성을 위해 디자인합니다. 브랜딩과 웹, 두 영역의 감각과 기술을 배워 활용, 다채로운 브랜딩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최근 생애 최초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다양한 협업을 통해 나에게 맞는 일의 모습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움직이기 링을 채우는 것이 매일의 목표입니다. @sooyoung.ksy
나는 요즘 요가와 명상을 한다. 뚜렷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꾸준해지고 있다. 이 두 가지에 깊게 빠진 것은 요가와 명상을 통해 흔들리며 서있는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으려면 가장 먼저 ‘내가 흔들리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나는 흔들리지 않아! 흔들리지 않을 거야!' 해버리면 몸이 긴장하며 목이나 어깨, 허벅지에 더 큰 무게를 가해 중심이 흔들린다. 이 흔들림을 따라가며 중심을 잡는 방식을 ‘동적평형’이라 한다. 물질이나 에너지의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상쇄되어 변화가 없어 평형을 이루고 있는 현상. 정방향과 역방향 반응이 계속 일어나면서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균형은 정지가 아니다. 어떠한 최적화를 향하는 과정이다.
오늘의풍경에서 진행한 ⟨Dig-up Meet-up ep1. 액티비즘 브랜딩 - 브랜드 액티비즘 뒤집어보기(기후, 환경편)⟩도 비슷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은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방식이자 자아분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새로운 창조성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디깅(Dig-up)과 밋업(Meet-up)을 택했다. “자본주의 안에서 윤리적인 그래픽 디자인 같은 건 존재할 수 없다”고 냅다 지르고 시작하는 오프닝은 이 시대의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의 자아가 왜 분열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압축한 문장이기도 했다.
나는 서울에서 브랜딩과 웹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이다. 브랜드 액티비즘을 주제로 한 딕업 밋업 소식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내 관심사는 꾸준하게 ‘더 나은 세상’이었고, 문제와 대상과 사물을 보는 디자이너의 시선이 결합되어 지속적으로 세상이 더 나아지는 일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조직의 비전과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지 진정성을 보게 되었고, 함께할 사람으로서 얼마나 공감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최근까지는 비영리 조직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전사의 여러 브랜딩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커리어 사업팀으로 이동하여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를 커리어(직업)로 풀어내는 과정이 얼마나 자아분열(!)하기 쉬운지 잘 알기에, 우리 덕분에 자기 방향과 중심을 다잡는 사람들을 보면 기뻤다.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디자이너였지만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다듬기도 하고,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우리의 동료가 되었음을 환대하는 장을 꾸미기도 했다. 이 사업팀에서 일하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서 넘어서서 무언가를 조직하는 것으로 디자이너가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이 넓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가장 크게 배웠다. 커리어를 다루다보니 사회 문제 전체가 우리 팀의 영역이기도 했다. 경제, 접근성, 교육, 기후, 건강, 소수자, 근로환경 등.. 모든 분야를 깊게 알기는 어려웠지만 사회에 필요한 일이란 걸 목격하고 있으면 문제는 끝이 없지만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끝이 없다는 점에서 나의 자아분열도 상쇄되었다.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인 단위가 아닌 조직이나 팀 단위로 있을 때는 고려할 점이 더 많기도 하다. 내가 자본주의와 조직이라는 안전한 시스템에 있다고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디자이너 겸 매니저라는 직무적 한계를 더 크게 느꼈고, 더 자주 흔들렸다. 행동을 이끌어내는 브랜딩이 필요한데 비해 자꾸만 비슷해지는 결과물의 모양, 비슷한 프로세스..
더군다나 우리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대자본과 대규모 조직의 브랜딩을 예시로 들며 우리의 노력이 납작해질 때가 가장 괴로웠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이 사회 문제인지 사회 그 자체인지...나를 포함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방법을 고민할 시간이 부족해서,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아서, 도구가 없어서 포기하거나 멈춤을 선언한 순간들이 아쉬웠다. 게다가 관성대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워지기가 너무 힘들었다. ‘디자인을 할 때 나는 충분히 급진적인가? 기후정의를 포함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브랜딩 방식이 자본주의적이지 않은가?’ 오풍이 던진 질문을 덥석 물었다.
직설적이고 다양하고 비주류적인 여러 레퍼런스도 인상 깊었지만, 그동안의 방식 자체에 반기를 들고 ‘브랜딩에 미쳐서’ 변화의 이미지만 만들어낼 뿐,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지 돌아봐야하며 사회 문제 해결이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짚은 후반부에 머리를 얻어맞았다. 쉽고, 편하고, 권력을 따르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개인향을 외치며, 완벽해야 한다는 백인 및 자본주의 방식에 기여하지 않고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해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좋았다. 그 과정에서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편을 일으킬 수 있는 주동자와 동조자가 될 수 있는지도 돌아볼 수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오풍과 패널분들에게 프로젝트에서 ‘마음을 연다’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질문을 했는데 마음이 열리는 기준이나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일상을 나눔 하는 문화를 가져보고 서로의 욕구와 욕망을 확인하면서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우리는 앞으로 “이 디자인이 어떻게 적용되나요?”, “언제 완성되나요?”의 결과론적 질문이 아니라 “우리는 얼마나 불편해질 수 있나요?”, “느리게 가는 속도를 어떻게 같이 견뎌낼 수 있을까요?”,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요?”라는 과정을 돌보는 질문을 던져야겠다. 대놓고 울거나 막연히 방어하지 않으면서. 아니지, 하지 않으려고 참기보다는 울고 싶고 방어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같이 서있을 수 있게 흔들리는 상태를 잘 공유해야겠다. 참 어렵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비판적으로 낙관하기로 했고 이 밋업에 참여한 6~70여 명의 액티비스트들은 확보한 셈이다.
21:33:31 유행으로 소비되는거 너무 위험한 것 같아요. ‘친환경’도 유행이 되면 내년엔 더이상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되는… 계속 얘기해야하는건데
21:33:34 뭔가 형태를 바꿔야만 대단한 업사이클링… 혁신적인 업사이클링… 이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21:34:13 너무 공감합니다. 덜하고 멈추는것이 가장 중요할수 있지만 어필하긴 쉽지 않죠.
21:34:36 고객도 환경에 도움되는 행동을 하고싶어하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비건하기라던가 브리타 필터 모으기 이런 "나도 할만하겠다" 싶은 쉬운 일들은 참여하는 느낌??(저도 그렇구요)
- 채팅창 대화 중
나의 동적평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오풍은 파헤쳐가며 발견한 것을 땅으로 묻어두지 않고 밖으로 던져 공유하고 만나는 정방향과 역방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직 과정이라 ‘평형’ 상태로 보긴 어렵지만, 이들만의 최적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고 기대된다. 그리고 진심으로 멋지고 부럽다. 어디선가 들었던 조언이 떠오른다. 좋은 사람은 상대방이 ‘부러워!’라고 말하면 ‘너도 할 수 있게 도와줄게!’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이번 오풍의 초대가 그러했다. 다음 밋업의 주제는 ‘오풍의 (멋진)실패’가 되길 바라며! (끝)
딕업 밋업 Dig-up Meet-up 은 땅파기 좋아하는 두더지 리서처들의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이 디깅 Digging 하며 발견한 인사이트들을 공유하는 비정기 이벤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아낸 걸 우리만 알고 있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오늘의풍경은 클라이언트와 파트너들을 비롯해 씬의 다른 작업자들, 동시대 동료들과 함께 변화를" 만드니까요. (행사 소개글 중) 오풍과 함께 나누고픈 고민이 있다면 아래 링크에서 상담을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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