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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소나 Oct 29. 2020

이모님 3대장 : 건조기, 식세기, 로봇청소기

돈으로 주부의 시간을 살 수 있을까

 백색가전의 혁명이라고 했다, LG 베스트샵 매니저가. 이기 이전의 삶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블로거가. 과연 정말일까. 본의 아니게 이모님 삼대장을 모두 모시고 사는 내 생활정말 여유가 있을까?


로봇청소기

 우리 집 샤모님(샤오미+이모님)은 남편을 총각 때부터 돌봐주시던 분이시다. 충전 케이블이나 코드를 씹어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시고 툭하면 바닥에 있는 선풍기와 싸움이 붙으신다. 생각보다 먼지주머니가 금방 차셔서 자주 비워드려야 한다. 그래도 머리카락 뿜어내는 게 고양이 수준인 나를 잘 커버해주셨고 출근할 때 돌려놓으면 바닥에 먼지 굴러 다닐 일은 없었기 때문에 매일 이모님을 찾았다. 아기 낳기 전에는 그랬다.  아이는 샤모님을 매우 잘 따른다. 너무 잘 따른다. 아주 귀신같이 잘 따른다.

 

돌아가는 소리 만나면 하던 일도 멈추고 달려오시는 아드님 덕분에 샤모님의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 이제는 가만히 쉬고 있는 샤모님도 툭툭 건드려서 일을 시킨다. 샤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안쪽 방으로 피신시켜드렸지만 그 문이 열릴 때마다 번개 같은 눈치와 손흥민 같은 빠른 발로 침투해버린다. 아이는 이렇게 늘 내 생각보다 선다.

 게다가 여기저기 펜스를 쳐놓아서 샤모님의 길이 막혔다. 아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부엌 입구에 설치했는데 샤모님도 못 들어간다. 들어 옮기면 샤모님이 방향을 잃기 때문에 이것 또한 난감하다

샤모님의 새업무

 그래서 요즘 샤모님의 주 업무는 아이 돌보기가 되었다. 바닥청소는 나의 몫


건조기

 건조기는 결혼할 때 혼수로 모셔왔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같이 장만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눈떠보니 세탁기 옆에 있었다. 건조기에 큰 관심을 보인 건 나보다 엄마였다. 정말 잘 마르는지 전기는 많이 안 쓰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꼬치꼬치 궁금해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건조기에는 수건과 속옷만 들어간다. 옷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니트나 외출복은 애당초 넣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입는 면티가 줄어든 걸 본 이후로는 더욱더 조심하고 있다.

 건조기 이모님은 옷 대신 이불을 자주 맡아주신다. 아기가 쓰는 배딩은 생각보다 금방 더러워지더라. 아마 애 재우고 달랜다고 엄마도 들어가고 아빠도 들어가고 할머니도 들어가기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의 아이는 온 집안을 온몸으로 기어 다니고 그 옷으로 침대도 기어 다닌다. 그래서 자주 털고 빨고 널어주어야 하는데 창문 밖은 미세먼지로 얼룩덜룩이다.  꼴을 보고 있자면 아기이불이 집진기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매우 찝지름하다. 바로 그때 건조기 이모님께 이불을 넘긴다. 이모님의 침구털기기능. 일반 이불은 바로 빨아서 바로 튀겨서 바로 깔 수 있는 큰 장점도 있다. 햇볕에 말린 보송보송한 냄새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따끈따끈하게 말려진 이불도 꽤 쾌적하다.


식기세척기

 남편의 노고를 덜고 생활습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고자 식세기 이모님을 모셨다. 쉽게 말해서 내가 복장이 터져서 최근에 구입했다.

10kg 아이가 올라타도 튼튼한 식세기 이모님

 우리의 업무분장은 나는 식사 준비와 아이 재우기를 맡고 있고, 남편은 설거지와 뒤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집안의 가풍이 다르다. 친정은 먹자마자 설거지를 하고 시댁은 몰아서 한 번에 한다.  이 작은 순서 차이는 우리를 부부싸움 직전까지 치닫게 했다.

 아이를 재우는 일은 시간과 체력을 요구한다. 자라는 잠은 안 자고 한 시간을 뒹굴거리는 아이를 평온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인내심과 온갖 짜증을 메들리로 부리는 아이를 흔들림 없이 토닥여 줄 넓은 마음을 쏟아내야 육퇴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심신이 너덜너덜해셔서 물 한 모금 마시려고 부엌에 왔는데 설거지가 하나도 안되어있을 때의 당혹감. '뭐지?설거지를 안 하겠다는 건가?'싶어서 설거지 안 할 거냐고 물어보면 아니랜다 할 거랜다 놔두랜다. 곧 하겠지 싶어서 세수하고 나왔는데도 그대로인 싱크볼을 보면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뭐지? 뭉개는 건가? 뭉개다 보면 내가 하겠지 싶어서?'

백만원짜리 장난감

 결혼 초반에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먹고 난 그릇이 쌓여있는 걸 못 참은 내가 설거지까지 다 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나도 스트레스가 쌓였고 남편을 꼬아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놔두면 자기가 알아서 치울 건데 애 재우고 나와서 굳이 또 집안일을 한다고 애쓰는 내  모습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식세기 이모님을 모셨고 가정의 평화도 지켰다.  물론 세 식구 사는데 설거지가 나와봐야 얼마나 나온다고 식기세척기를 사냐는 친정엄마의 핀잔을 들었설치하면서 하부장 한칸을 날려먹었고 콘센트가 부족해서 식세기 가동중에는 정수기의 뜨거운  쓸 수 없지만 그정도야 충분히 익스큐즈되는 편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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