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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Sep 05. 2023

물류산업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산업의 권리장전을 꿈꾸며

가끔씩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꿈이 있는데요. 저는 이 업계의 ‘스타’를 만들고 싶습니다. 스타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데요. 조금은 누군가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어떤 사람들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이 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고요. 산업과 함께 버티컬 미디어인 커넥터스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실 물류와 브랜딩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습니다. 물류는 태생이 B2B이고, 지원사업인지라 잘 드러나지 않고요. 애초에 스스로 성장한 물류기업은 한국에서 찾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의 물류 대기업은 모기업의 막대한 물량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고요. 매출을 몰아주기 좋은 구조로 인해 경영권 상속의 수단으로 흔히 활용됐습니다. 모두가 브랜딩하기 썩 좋은 소재는 아닙니다.     


물류를 공부하던 시절 주변 동기, 선후배의 꿈은 현대글로비스 입사였고, 삼성SDS 입사였고, CJ대한통운 입사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그들은 흔한 농담으로 ‘탈물류’를 이야기했습니다. 여전히 열악한, 태생이 을인 산업의 설움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요. 이는 쉬이 변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물류라고 해서 그 이미지가 딱히 좋은 것도 아닙니다. 미디어에서 물류는 여전한 좌천지로 묘사되고요. 숱한 물류 현장의 안전사고와 노동자의 파업으로 드러나는 실태는 이 산업을 힘들고, 안쓰럽고, 보듬어줘야 할 것 같은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 숱하게 들었던, ‘졸업하면 택배하냐’는 농담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택배가 싫어서가 아니라요. 그 물음에 숨어있는 특정 직종에 대한 비아냥이 이 산업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미지의 전환이 가능할까요.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요. 저는 그 가능성을 ‘스타의 탄생’에서 보고 있습니다. 산업에서, 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업계에 등장하고요. 그가 물류의 가치를 전하는 전도사가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여기서 그가 물류를 하고 있든, 하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류는 어디에든 있기에, 물리적인 재화의 흐름이 물류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스타의 이야기는 하나의 키워드가 돼 전파될 것입니다. 우리는 몇 년 전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같은 키워드를 기억하고요. 올해는 다시 한 번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서점 베스트셀러를 가득 메운 관련 서적처럼, 변화와 기대는 전방에서도 만들어졌지만요. 사실 이 키워드를 활용하여 브랜딩했던 기업의 상당수는 드러나지 않는 B2B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해당 기술들과 전혀 무관한 기업들까지 어떻게든 이 키워드에 올라타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앙대에서 물류를 공부하고 있는 한 후배를 만나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19학번이라고 하니, 제가 공부했던 시절과 비교한다면 10년은 더 차이가 나는데요. 안타까웠던 것은 여전히 산업에 대한 인식은 제가 공부했던 10여년 전과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고요. 희망을 봤다면, 여전히 이 산업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누군가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희망이 꺾이지 않길 바랍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스타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물류의 가치를 이야기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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