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에게 사냥당한 날

오피스 정글 생존법

by DILLAN MADE
Gemini_Generated_Image_ga3wznga3wznga3w.png


다큐멘터리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하이에나가 무리에서 뒤처진 늙은 사자를 집요하게 물어뜯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무리의 왕이었을 그 존재가 힘없이 스러지는 모습을 보며, 저는 막연한 연민과 함께 '저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그 '뒤처진 늙은 사자'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소위 '일로만 승부하면 된다'고 믿는, 조금은 고지식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정시 출근과 야근을 성실함의 척도로 삼았고, 회의 자료는 누구보다 꼼꼼하게 준비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정해진 룰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 성과는 당연히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사바나의 초식동물처럼, 내게 주어진 풀밭(업무 범위)에서 묵묵히 풀을 뜯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습니다.

사냥은 아주 조용하고, 지극히 '합법적'으로 일어났습니다.


1. 그들은 '약점'을 본능적으로 감별한다


몇 달간 공들인 중요한 경쟁 비딩(PT)이었습니다. 우리 팀의 아이디어는 참신했고, 데이터는 완벽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일'로 승부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문제는 경쟁사, '그'였습니다.

그는 업계에서 '일 잘한다'는 평판과 '교활하다'는 평판을 동시에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제시한 완벽한 데이터나 빛나는 아이디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대신, 그는 PT 내내 우리 팀 내부의 미묘한 기류를 읽고 있었습니다.

발표자인 저와, 기술 지원을 나온 A대리 사이의 사소한 의견 충돌. 그리고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질문에 A대리가 당황하며 저를 쳐다보던 그 찰나의 순간.

그는 그 1초의 '균열'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Q&A 시간, 그는 우리 팀이 아닌 클라이언트(심사위원)를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A대리님의 기술 시연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발표자께서 설명하신 기획 방향과 이 기술이 100% 일치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혹시 내부적으로 두 분의 의견이 어떻게 조율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그는 우리의 '성과물'이 아닌, 우리 팀의 '약한 고리'를 정확하게 물어뜯었습니다.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제안서는 그 순간 힘을 잃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시선은 '얼마나 잘했는가'에서 '이 팀이 과연 원활하게 소통하며 일할 수 있는가'로 옮겨갔습니다. 우리의 약점은 노출되었고, 그는 최소한의 힘으로 우리의 심장(신뢰)을 정확히 찔렀습니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날 '사냥'당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r2cjp4r2cjp4r2cj.png


2. 포식자는 비난의 대상이 아닌, 분석의 대상이다


프로젝트를 빼앗기고 며칠간, 저는 분노와 자괴감에 휩싸였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비열하게 공격할 수 있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해야지!'

하지만 차가운 소주를 들이켜며 복기하던 어느 날 밤, 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비열'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포식자'였을 뿐입니다.

그는 생존(수주)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우리의 단단한 '갑옷(제안서)'을 공격하는 대신, 갑옷의 유일한 '틈(팀워크 균열)'을 노렸습니다. 그것이 동물이 가장 약한 먹잇감을 노리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저는 그동안 이 오피스 정글을 '동물원'으로 착각하고 살았습니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성실하게 밥(성과)만 잘 받아먹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명백한 '정글'이었습니다. 포식자들은 울타리 밖에서 끊임없이 나의 약점을 관찰하고 있었고, 내가 약점을 드러낸 순간 사냥은 즉시 개시되었습니다.

그날의 패배는 저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었습니다. 이 정글에서 포식자를 '비난'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그들은 그들의 생존 방식으로 살아갈 뿐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비난이 아니라, 그들의 '사냥법'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3. '잡아먹히지 않는 것'이 나의 새로운 생존 윤리다.


그렇다면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 경쟁자처럼, 저 역시 다른 이의 약점을 물어뜯는 포식자가 되어야 할까요?

그것이 정글의 룰이라면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일' 자체로 승부하고 싶은, '성실함'의 가치를 믿고 싶은 고지식한 직장인입니다. 누군가를 짓밟고 얻은 승리가 과연 달콤하기만 할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방식의 생존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포식자'가 될 순 없어도, '포식자의 언어'는 배우겠습니다. 이제 '일만 잘하면 된다'는 순진한 믿음은 버립니다. 일의 성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해관계'와 '정치'임을 인정합니다. 누가 나의 아군이고, 누가 나를 노리는 포식자인지 끊임없이 관찰할 것입니다. 그들의 문법을 알아야 최소한 방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나의 '약점'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겠습니다. 약한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정글에서 약점을 무방비하게 노출하는 것은 '나를 사냥해달라'는 초대장과 같습니다. 내부의 갈등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철저히 관리하고, 나의 패는 마지막 순간까지 감출 것입니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면, 아예 초원에 나가지 않겠습니다.


셋째, '갑옷'을 단련하고 '무리'와 함께 움직이겠습니다. 홀로 있는 가젤은 가장 쉬운 먹잇감입니다. 나를 지켜줄 동료, 즉 '무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튼튼할 때 포식자는 함부로 덤비지 못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만의 '뿔', 즉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이라는 갑옷을 끊임없이 단련할 것입니다. 단순히 성실한 것이 아니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날카로운' 실력을 갖추겠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6o4ua26o4ua26o4u.png


그날 이후, 저의 생존 윤리는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 더 잘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잡아먹히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것은 패배자의 비관적인 생존 선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글의 냉혹함을 인정한 뒤 내린 가장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나는 포식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두 번 다시 그들의 먹잇감이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 오피스 정글에서, 당신의 생존법은 무엇입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은 너무나도 분해서 상대방을 죽이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안되잖아요!!

미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케토제닉 다이어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