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셉터 선생님의 휴직 혹은 사직
프리셉터 선생님이 병원을 떠나셨다. 처음 신규로 일하게 되었을 때 방장 선생님과 액팅 선생님 두 분에게 업무를 배웠다. 방장 선생님은 조용하고 차분한 스타일로 업무를 가르쳐주셨다. 액팅 선생님은 씩씩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나를 강하게 키워주셨다. 오늘 액팅 선생님으로 내 프리셉터이자 가장 처음 일의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생님이 출산휴직, 육아휴직에 들어가신다. 마지막 출근일이라 인연이 있었던 이들에게 인사하러 수술방을 돌아다니셨는데, 내게 찾아와 주셔서 고맙고 선생님 얼굴을 한번 더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결혼하시면서 신혼집을 다른 지역으로 얻으셨고, 남편 분 이직 여부에 따라 복귀가 결정될 거라고는 하셨는데 아마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면 복직이 힘들어 사직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 놓고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하시는 중이시다.
선생님을 보며 가까운 내 미래를 종종 생각했다. 나도 연차가 쌓이면 저런 일도 하겠구나, 저런 수난과 사고도 당하고 이런 기쁨도 있겠지. 결혼은 뭘까, 또 아기를 가진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 집중하기 위해 회노애락애오욕을 담은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나는 향후 몇 년 내에 결혼을 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상황이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쁘기 때문에. 지금도 행복하기도 하고 조금 더 나은 행복의 길이 있을 것도 같기 때문에. 생의 주기, 인생의 목표, 내 건강과 남자 친구를 비롯한 가족의 생의 주기를 생각하면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또 너무 성급하게 인생을 꼼꼼히 채우려 하는 건가 경계하게 되기도 한다.
비는 사악 사악 나리고, 바람은 스산하게 분다. 내게 희망과 절망을 가르쳐주었던 선생님이 떠나서 마음이 싱숭생숭한가 보다. 정이 많이 든 고마운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