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팬하우어 Aug 09. 2022

#03. 방학이라도 일은 합니다!

섬생님의 섬생활 고투기

  방학이라고 하면 브런치 구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휴식, 휴가, 놀기, 재충전, 해외여행' 등등의 유희와 관련된 이미지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이미지들부터 떠오르네요. 제가 학생 때도 그런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항상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학생들은 방학 때 '방학'이라는 말의 의미 그대로 학업을 잠시 놓고 각자 지친 몸과 마음의 재충전을 하는 시기가 방학이 맞습니다. 여행도 다니고, 실컷 늦잠도 자고, 가끔은 여행도 가기도 하죠. 그래서 학생들이 방학만을 기다립니다.

  제가 대학 학부 시절 때, 교수님이 여름 방학을 맞이하면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방학의 의미는 한자 그대로 풀면 학업을 놓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완전히 놓아서는 안 됩니다. 꽉 쥐고 있던 손의 힘을 살짝만 풀어서 어느 정도 긴장만 풀어주는 겁니다. 그래야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업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학생 여러분, 너무 놀기만 하지 마세요. 마음의 양식을 쌓고 오시기 바랍니다."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저의 초~고등학교, 그리고 이 말을 듣기 전까지의 대학교 방학은 학업을 완전히 놓아 버리는 방학이었습니다. 온 몸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완전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처음에는 별 이상이 없었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가니 완전한 휴식을 취했던 저는 쉽게 학업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 말을 좀 더  일찍 들었다면.... (사실 학창 시절 때 누군가는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으나, 제가 흘려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래서 저는 방학 하기 전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방학 숙제는 내어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문제를 풀이하는 숙제보다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한 권 정도만 읽고, 간단하게 줄거리와 느낌을 작성해도록 말입니다. (사실 요즘 학생들은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읽기 힘들어 해서, 이런 숙제조차도 너무 부담감 있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럼 선생님인 저는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요? 놓아야 할 학업도 없고, 학교에 학생이 없으니 출근도 하지 않는 저 말입니다.(물론 도서지역 특성상 방학 때는 학교를 나가기 어렵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방학임에도 저는 일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이란, 행정업무는 당연 포함할 뿐만 아니라, 2학기 수업준비와 교사로서의 제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각종 연수 수강 및 공부를 합니다.

  흔히 주변의 비(非)교사 어른들은 이렇게 생각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은 참 좋은 직업이야~ 방학도 있고, 방학 때 놀면서 월급도 따박따박 받고 말이야." 물론 완전 틀린 표현은 아니라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감히 완전 틀린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교사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방학을 이용해 2학기에 사용할 에너지를 완충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린 제 방학의 경험을 통해, 방학이라도 교사로서의 발전을 위해 완전히 학기 중의 일들을 놓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리할 공문을 체크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전공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나서 보는 전공서는 또 새로운 느낌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오후에는 2학기에 사용할 각종 평가계획을 정비하고, 아이들에게 제공할 학습지를 개발하기도 하지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편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전공 지식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서 다시 재구성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고, 이걸 다시 어떤 학습 내용이나 학습지의 형태로 구현하는 것은 정말 창작의 고통을 불러일으킬 만큼 머리에 쥐가날 때도 있습니다. (힘들다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라는 것을 설명드리는 겁니다!)


  이렇게 교사들은 저마다의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출근하지 않고 놀고 먹으며 월급을 받아먹는 한량이 아니라, 다음 학기에 있을 학생들과의 즐겁고도 의미 있는 시간을 위해 교사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어떻게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말입니다. 오늘도 뜨거운 날씨만큼 학생들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시는 나날을 보내시는 선생님들께 경의를 보내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선생님들 남은 방학이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렇거든요. TMI이지만 중간에 예비군도 다녀와야 하구요. 2학기에도 파이팅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02. 우리 학교 학생은 7명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