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운의 시네마틱 레버리 [그린북(6)]

어느 자리에도 속하지 못한 자의 비

by 서도운

10장. 어느 자리에도 속하지 못한 자의 비


비가 도로를 덮치던 밤.
와이퍼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폭우 속에서,
두 남자의 차는 뚫고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경찰의 사이렌이 등을 때렸다.
정지하라는 수신호, 그리고 비에 젖은 권위.


셜리가 뒷좌석에,
토니가 운전석에 있었다.

백인이 흑인을 태우고 달리는 이 풍경은,
남부 경찰에게는 ‘이상한 그림’이었다.


“흑인 통금시간입니다.”


그 말은 경고가 아니라 경계였다.
비가 오는 날,
젖은 도로 한복판에서도 그들은 검문을 멈추지 않았다.

토니의 이름을 들은 경찰은,
그의 성이 이탈리아계라는 걸 알아채고는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너도 반은 검둥이지 않나.”


그건 인종을 향한 멸시이자,
계급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것만으로,
그 또한 ‘진짜 백인’이 아니었다.

토니는 폭발했다.


그의 주먹은 빠르고 명확했다.
그리고 유치장.
그는 구금되었고,
셜리 역시 혐의가 없음에도 함께 감금되었다.
그저 흑인이었기 때문에.


셜리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당신의 충동이 내게도 해가 됩니다.”


그 말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진실을 처음으로 직접 건넨 순간이었다.

셜리는 전화를 걸었다.
목적지는 단 하나—
미국 법무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몇 마디 말 한마디로 문이 열렸다.

토니는 그 품격에 놀랐다.
셜리는 주먹 대신, 이름을 사용했다.
그의 무기는 말과 관계였고,
그것은 폭력보다 강했다.


차 안, 고요한 침묵.
그러다 말이 터졌다.
서로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대한 충돌.

말다툼은 감정을 넘어서
정체성에 대한 격돌로 번졌다.


결국, 셜리는 차에서 내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셜리는, 길가에 선 채 자신이 되어버린 외로움을 꺼내놓았다.


“난 무대에 있을 땐 박수를 받아요.
하지만 내려오면, 그냥 똑같은 흑인일 뿐이야.
그런데, 같은 흑인들마저 날 배척해.
그들과 다르다면서.”


그건 단순한 차별이 아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존재론적 유실감.


“난... 대체 뭐죠?”


그 질문 앞에서, 토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셜리의 고요한 절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그들은 같은 숙소에 묵게 되었다.
별 말은 없었지만,
어떤 결심은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토니는 편지를 썼다.
이제 그는 셜리의 도움 없이도
진심 어린 문장을 꺼낼 수 있었다.

투박함은 여전했지만,
그 문장은 단단했다.
그것은 누군가를 이해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말투였다.


11장. 우리가 마주한 마지막 장면


버밍엄에 도착했다.
이곳은 여정의 마지막 종착지였고, 그들이 겪은 모든 갈등과 어려움의 종결을 의미했다.
하지만 셜리는 여전히 바뀌지 않은 현실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그가 속할 수 없는 세계가 눈앞에 있었다.

공연장 식당, 그곳에서 셜리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들어갈 수 없었다.
문은 여전히 닫혔고, 그가 맞을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여기서 식사를 못 하면 공연도 안 합니다.”


처음으로 셜리가 저항했다.
그는 단호했다.
그의 예술, 그의 음악이 단순히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존엄을 요구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잠시 후, 관계자는 토니를 따로 부른다.


“얼마를 주면 당신 애를 피아노 치게 할 거냐.”


그 말은 수치였다.
토니는 주먹을 움켜쥐었고,
또다시 폭력의 그늘이 다가왔다.
그러나 셜리는 그를 막았다.


그는 폭력을 멈추고 토니에게 질문한다.


“토니 당신이 원하면, 피아노를 연주하겠어요.”


그의 목소리는 이제, 단호하게, 차가운 현실을 넘어선 선택을 했다.
토니는 그에게 이 딴데 나가자고 하고, 그리고 그들은 공연장을 떠났다.


근처식당.

허름했지만, 자유롭고,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던 셜리는, 한 여 종업원의 질문을 받았다.


“무슨 일 하시죠?”


토니는 당당하게 말했다.


“세계 최고 피아니스트입니다.”


그 말에 종업원은 그에게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셜리는 허름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스타인웨이가 아닌, 식당의 피아노에서 자신의 진심을 담아 연주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음악은 물리적인 공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때, 식당 안의 재즈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셜리는 그 즉시, 피아노 앞에서 자신의 스타일로 재즈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하나로 이어졌다.


음악은 그들을 유일하게 연결해 주는 매개체였다.

그것은 고급스러운 연주가 아니었다.
그저 사람으로서의 셜리가 온전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들은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면서,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검문은 있었다.
이번에는 경찰이 그들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차량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며,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차별주의자는 아니었다.


토니의 집에 도착한 셜리.
그는 토니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되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거절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고고한 세계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궁전은, 이제 다시 그가 속하지 못할 곳처럼 느껴졌다.


토니는 가족들과 함께 있지만,
그 역시 빈자리를 느꼈다.

토니의 집에 찾아온 셜리.
그의 가족은 따뜻하게 그를 맞이했다.
특히, 돌로레스는 셜리에게 진심으로 환대를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진정한 인정이었다.


그날, 두 사람은 서로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며 크리스마스를 지낸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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