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 강연 하게 되다 - 프롤로그

글쟁이가 요즘, 강연을 준비중입니다.

by 세류아

평소 같았으면 이런저런 소재를 모아두었다가, 충분히 감성이 차면 글을 쓰기 시작했으리라. 하지만 이번 글은 그냥 가볍게 쓰고 싶다. 산뜻하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다. 변명이 아닌 진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게 뭔지 실감하는 중이고, 마음 놓고 글을 시작할 환경이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연속적인 1시간 정도는 필요한데.. 결정적으로, 요즘 강연을 준비중이라 그렇다. 천상 글쟁이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이었다. 오랜만에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학생강연자 선발 공고'라는 게시물을 보게 됐다. 무슨 소린가 싶어 봤더니, 자기 스토리가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강연콘서트'에 세운다고 했다. 부연설명이 이랬다. '학우들과 함께 꿈과 희망, 도전을 나누고 싶은 학생들'.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꿈을 다시 끌어안고 글을 쓰기 시작한 나였기에, 제법 솔깃했다. 마감 4시간 전에 소식을 접해서, 급하고 엉성하게 찍은 영상과 브런치 주소를 보냈다. 잠시 마음이 뒤숭숭했다. 내용은 자신 있었는데, 화려한 언변과 발표기술을 원하는 거라면 자신 없었기 때문. 게다가 화면 한가득 내 얼굴이고, 중얼중얼거렸으니, 정말 내용으로 뽑는 게 아니라면 나는 탈락이 뻔했다. 된다면 감사하지만 안 된다면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몇 시간 밖에 없었으니까. 또, 날짜가 지나지 않아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연락이 왔다.

"영상이랑 블로그 주소 잘 받았는데요,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려요. 혹시 스크립트를 보내주시거나 직접 와서 해보시겠어요?"
직접 간다고 말하고, 마음을 비웠다. 말하기는 더 못한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그리고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은 딱 하나였다. '진정성'. 내 글이 그렇듯이 말이다.

관계자 몇 명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제목조차 갈팡질팡하던 때라 명확하지도 않았고, 제한시간인 5분에 다 맞추지도 못했다. 아니, 신경 쓰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PPT도 없었다. 오로지 이야기 하나로 승부했다. 억지 제스처를 취하거나, 과장하지 않았다. 다만 그냥, 속에 고인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다음날 연락을 받았다. 담당하시는 분과 다시 대면했다.

"이번에 강연하자. 네 이야기가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어."

그래서 요즘, 글쟁이가 말하기를 연습중이다.

말하기가 자신 없어서 열심히 글을 썼던 건데, 생각 외의 온갖 호평을 들으면서.

말하기의 두려움과 직면하며 고생하고 있지만, 동시에 몹시 뿌듯하다.

그래, 도전해보길 참 잘했다. 잘 해보자!



*못다한 이야기

1. 강연준비 과정에서 느낀 새로움 / 강연당일 / 그리고 이후. 이렇게 3부로 나누어서 글을 쓸까 한다.

2. 강연 내용이라는 건 결국 내 이야기이다. 아픔과 실패로 점철된 꿈이 어떻게 열매맺어 가는지. 기존에 썼던 글 4개를 정리해서 하나의 서사로 만든 거라고 하면 맞겠다.

3. 강연은 이틀 뒤, 11월 18일(수).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 프롤로그를 이제서야 쓴다. 앞으로 쓸 이야기가 더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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