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나눔

by 한명화

5월이 시작되며

십여 년 전 멀리 남쪽 백도 다녀오는 길

선창가 옆 담 밑에 작은 꽃 예뻐서 줄기 서너 개 따와 꺾꽂이로 키웠던 작은 꽃

그래서 붙여준 이름 백도

어느덧 십수 년이 훌쩍

작고 앙증스러운 꽃을 피워 인사했었다

올봄

왜인지 힘들어해서 아파트 현관 앞 화단에 내어 놓았다

햇볕도 맘껏 만나고 바람에게 백도 소식도 들어보라고ㅡ

그런데 이게 웬일?

누군가의 미운 손이 군데군데 우악스레 뽑아가 흙이 들려 힘들어하는 모습에 대충 정리 해 주었는데 며칠 후 또 똑같은 상황

너무 속상해서 집을 옮겨주고 자리도 옮겨 주었다

그 후

짝꿍은 깨달음이 있어 화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안에 화분을 나누어 주기로 했다

화분에 화초 이름을 써서 꼽고

작은 글씨로 가져가 키우시라 써서 꼽아

현관 앞 화단에 4개의 화분을 내놓았는데

이틀 사이 두 개의 화분을 가져간 걸 보고

또 그 자리에 세 개의 화분을 채워 놓는다

-여보 가져가라는 팻말 보이게 크게 써주세요

그리고 우리 호수도 써놓아야 가져가시는 분들

마음이 편할 거예요-

오늘 그곳에는 다시 다섯 개의 화분과 좀 크게 써서 잘 보이는 팻말이 서 있다

-화분 키우실 분 가져가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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