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이세벽
입추엔 바람 되어
너에게로 가겠다
오래전 떠난 너에게로 가는 길에
구름도 사막으로 데려다주고
소식 없는 너에게로 가는 길에
바다에 홀로 떠가는 돛단배도 밀어주고
돌아오지 않는 너에게로 가는 길에
아득히 나는 철새들 날개도 받쳐주고
마침내 어린 시절에 가 닿으면
타국에서 돌아온 젊은 아버지처럼
어린 가족이 움트고 자라던
그 집 방문 흔들어 너를 부르겠다
만리향보다 이억 배 멀리 가는
꽃다운 그리움 그 집 마당에 심어
부끄러울 것 없던 가난을
다시 불러 모으겠다
입추엔 바람 되어
너에게로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