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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Seek', 중국의 AI 굴기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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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 ‘아이언맨’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짧지만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대단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씬. 토니는 납치당한 몸으로 동굴에 갇힌 상태로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었는데 넌 왜 못하냐고 연구원을 윽박지르는 모습이다.


DeepSeek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이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200명이 안 되는 작은 그룹이 고작 2달 만에, 100억 원이 안 되는 예산만 가지고 만든 AI가 미국의 쟁쟁한 테크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놀랍게도 DeepSeek의 성능은 ChatGPT 등 미국의 대표 AI 모델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으며, 심지어 더 앞서는 면도 많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여러 가지 비결이 있었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클수록 좋다’는 AI 개발의 기존 고정관념을 거부한 게 그 핵심이었다.


기존의 다른 모델들과 달리 DeepSeek는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Parameter만 활성화함으로써 작동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리소스를 크게 줄였다.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며 덩치를 키우는데 집중했던 기존 패러다임을 탈피, 오픈소스를 선택한 것도 주효했다. 거대한 데이터 센터 대신 알고리즘 혁신을 통한 효율화와 최적화로 승부한 것.


DeepSeek의 등장으로 미국의 AI 리더십에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칩을 사고 데이터 센터를 짓는데 쏟아 붙고 있는 수십, 수백조 원의 돈을 과연 테크 기업들이 회수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DeepSeek가 AI 열풍이 거품이 아닐까 불안해하던 저변 심리를 자극한 것.


DeepSeek가 완전무결한 물건으로 보이진 않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는 편향된 답변을 하는 에러가 종종 보인다. 틱톡도 금지되는 세상인데 DeepSeek가 중국 바깥에서 널리 쓰이긴 어려울 것이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인프라 보강 등 추가 비용이 필요할 텐데, 가장 큰 장점인 ‘낮은 가격’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I를 접목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할 수 있는 미국의 경쟁자들과 달리 DeepSeek는 아직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eepSeek가 글로벌 AI 경쟁에 불을 댕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제2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 현지에선 중국을 반도체 규제로 묶으려는 시도는 실패했으며, 규제가 아닌 혁신으로 중국을 압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FYI;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을 때 미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미-소 우주경쟁의 스타트를 끊었던 사건을 말한다.


중국이 타이밍 좋게 장군을 불렀다. 미국이 내밀 다음 수가 뭐가 될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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