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전쟁, 역사를 잊은 자에겐 미래가 없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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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유해진-이제훈-손현주-최영준 주연의 소주전쟁이 개봉한다.


영화는 진로그룹이 IMF 이후 경영난에 빠져 그룹이 쪼개지고 결국 소멸된 역사를 모티브로 삼았다. 회사를 살리려고 애쓰는 소주회사 직원(유해진)과 그 회사를 삼키려는 목적을 숨기고 접근한 투자사 직원(이제훈)의 이야기를 다룬다.


1970년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진로는 꾸준한 주류 매출 덕분에 탄탄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알찬 회사였다. 하지만 장진호 회장이 ‘탈주류’를 선언하고 무분별한 확장에 나서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진로그룹은 호텔, 물류, 금융, 석유, 백화점과 편의점, 심지어는 제약과 전선사업에까지 손을 댔다. 때로는 공격적인 확장이 답일 때도 있다. 하지만 진로는 각각의 사업이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뚜렷한 시너지가 기대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소주 사업만 믿고 지나치게 판을 벌렸다.


하지만 진로그룹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건 골드만삭스였다. 당시 진로그룹은 외자 유치 자문 및 구조조정 컨설팅을 위해 골드만삭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때 맺은 자문 계약으로 골드만삭스는 진로그룹의 내부 기밀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진로가 당장은 어렵지만 충분히 재기 가능한 회사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후 국내 금융기관 채권자들로부터 진로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IMF 여파로 다들 돈이 궁했던 시절이다. 골드만삭스는 액면가의 20% 정도 밖에 안되는 헐값에 진로의 최대 채권자로 부상했다.


둘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진로그룹은 부실자산 매각, 다양한 신제품 출시 및 원가절감 등 자구책을 펼쳤지만 그때마다 골드만삭스가 채권자의 권한을 행사해 방해했다. 2003년엔 아예 진로에 대한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해 회사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진로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물 신세가 됐다.


진로가 화의 조건을 100% 이행하지 못했으므로 채권자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주장과, 골드만삭스가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재기할 수 있었다는 진로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옳은 걸까? 닭과 달걀 중 어느 쪽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단 분명한 것은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재기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정관리 후 진로는 3조 5천억 원에 하이트 맥주에게 넘어갔다. 국내 최초의 소주 맥주 복합기업인 하이트진로의 탄생이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는 헐값에 산 부실채권을 팔아 1조 원이 넘는 차세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로의 기업가치가 높게 형성되는 데에도 골드만삭스의 개입이 상당히 작용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직접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진로의 ‘적정 가치’를 다룬 기사를 흘리며 시장에 시그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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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일이지만 전혀 옛날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감독도 스크린에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게 아닐까?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기대가 크다, 어서 큰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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