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그리고 일본의 미래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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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은 1927년 텍사스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로 시작됐고, 이후 100년의 역사를 거쳐 온갖 걸 파는 만물상으로 성장했다.


기원은 미국이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븐일레븐’을 완성한 건 일본의 유통채널 ‘이토 요카토’이다. 70년대에 ‘세븐일레븐’을 미국에 들여왔고, 90년대엔 아예 모든 지분을 사들여 자기 브랜드로 만들었다. 일본 기업으로 변신을 마친 ‘세븐일레븐’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20개국에 걸쳐 9만 개에 달하는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우리가 편의점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주인공이다. 오늘날 편의점은 단순히 음식만 파는 곳이 아니라 각종 일상 용품, 나아가 배달 등 다양한 일상 서비스를 해결하는 곳이 됐다. 일본이 정교하게 구축한 공급망 덕분에 다양한 물건을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보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고향인 미국에선 실적이 지지부진하다. ‘세븐일레븐’의 촘촘한 공급 시스템은 일본 정도의 나라에선 운영 가능했지만 미국처럼 큰 나라에선 제약이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세븐일레븐’은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의 비율이 훨씬 높다.


‘세븐일레븐’의 북미 매출은 정체 상태이며 최근에는 역성장 추세마저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애초에 가격이 경쟁우위인 건 슈퍼마켓이나 온라인 쇼핑이지 편의점이 아니다.


‘세븐일레븐’의 매출에서 본진인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하지만 일본 시장은 잃어버린 30년이 이어지고 있어 성장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븐일레븐’ 입장에선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점유율이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절대액 기준 북미 시장이 가장 크다. (유럽은 일본 못지않게 정체되어 있고, 아시아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토대를 닦아왔다)


그래서 북미 점유율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태생은 미국이었지만 ‘세븐일레븐’은 경영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근본적으로 일본화된 상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졌지만 북미에선 이것저것 해봐도 스텝이 꼬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작년, 캐나다에 본사를 둔 “Couche-Tard”이 “세븐일레븐”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드러내어 화제가 됐다. 북미에서 “Circle K”를 운영하는 대기업으로 만일 “세븐일레븐”을 인수하면 글로벌 편의점 시장에 큰 파급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만일 인수가 이뤄진다면 일본 기업의 해외 자본 매각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에선 이를 놓고 경제적 침탈로 해석하며 감정적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Couche-Tard”측에선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양측 모두 “세븐일레븐”의 미래를 위해선 북미 점유율 확대가 필수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단, 인수를 시도하는 측에선 북미 시장에 들어오려면 현지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게 유일한 차이점이다.


90년대에 일본의 구매력은 정점을 찍었고 전 세계에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플랫폼을 제시했다. 오늘날 일본은 오랜 불황의 결과 기본 체력이 소실되어 해외 기업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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