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주시장: 공급 vs 수요

by 셔니
4435a.jpg


'우리가 우주시대의 초입을 살고 있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우주에 달렸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버스가 무정차 직행버스는 아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현재 우주수송 시장의 ‘공급’은 기형적이다. 기존의 중대형 로켓들은 대부분 퇴역을 앞두고 있다. ULA의 Atlas V, Arianespace의 Ariane 5, MHI의 H2가 모두 같은 처지로 이미 폐업했거나 아니면 마지막 미션을 기다리고 있다



바통을 이을 후계기들이 등장하면 숨통이 좀 트일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Arianespace, Blue Origin 등이 중대형 차세대발사체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좌석이 예약이 끝난 상태다. 후계기 개발이 더 이상 밀리지 않는다는 베스트 시나리오에서조차도 그렇다 (연초만 해도 이들과 함께 대안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일본의 H3는 실패로 끝났으며, Blue Origin의 New Glenn은 연내 완성이 목표지만 그걸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SpaceX의 Starship이 구세주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도 Starship이 자리를 잡으면 (하루에 한 번씩, kg당 100불의 가격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SpaceX의 선언이 절반만이라도 현실이 된다면)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되겠지만, 발사체는 첫 발사가 성공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발사를 통해 그 성능을 검증, 개량하는 고도화 단계까지 거쳐야 비로소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첫 발사가 성공해도 발사체를 Full Rate로 운영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갈 길이 멀다. Starship에는 전 모델인 Falcon에는 없는, 새로 적용한 기술요소가 많은 만큼 더더욱 그렇다 (이는 SpaceX의 경쟁자들이 준비하고 있는 다른 차세대 모델들도 마찬가지)



공급보다 더 전망하기 어려운 것은 수요다. 최근 인류의 우주활동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정부는 의욕적으로 위성 인프라 계획을 내놓고 있으며 민간도 다양한 용도의 위성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역시 Starlink의 SpaceX이지만 우주로 가는 대열에 합류하는 이름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금 운영 중인 위성은 약 8천 개인데,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내놓은 계획을 위해선 앞으로 6만 개가 넘는 위성이 궤도에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변수는 하나둘이 아니다. 악화 추세인 글로벌 경기로 인해 인류의 우주를 향한 주행속도가 줄지는 않을까? 위성 기술의 발전은 발사 수요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위성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교체해 줘야 하는 주기는 길어진다) 군집 위성을 규제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은?



앞으로 당분간은 몇몇 소수의 발사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들의 등장, 우주수송 수요의 등락,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속도가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따라 발사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우주도 이제 비즈니스; 꿈을 쏘아 올리겠다는 열정에 예리한 관찰자의 면모가 더해져야 우주로 가는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다. 아무 생각없이 탔다간 멀미 때문에 도중에 내려야 할지도...

keyword
작가의 이전글UFO가 현실이 된 시대, 그리고 Space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