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것들이 좋다.
오래 된 것은 오래 된 것의 냄새가 난다.
그것이 어떤 사물이든 사람이든 어떤 장소든 아니면 행위이든 간에.
오래된 것들은 향기롭다. 수수하고 은근한 그들만의 향기가 있다.
오래된 것들은 다정하다. 나는 그 다정함을 사랑한다.
익숙한 모든 것들은, 안심해- 하며 다독여주는 부드러움을 동반한다. 네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그 거리에 항상 있어줄게- 하고 속삭인다. 그 다정함 안에 머물자면 한 겨울에도 새싹이 돋아날 것만 같은 아늑함이 찬란하다. 그 부드러움에 취해 나는 황홀한 위안을 얻는다.
그 속에서 나는 시간의 녹을 받아 서서히 여물어가는 우리를 본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자리인, 늘 무성해 푸르른 나무가 좋다. 나무들은 아마 알 것이다.
시간은 우리의 존재 위에 금가루처럼 덧씌워지는 것이다. 우리가 온 맘을 다해 사랑과 우정을 향유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을 겪어가는 사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계속해서 한꺼풀씩 우리의 위에 흩날리며 거듭 덧씌워져서, 종내는 우리가 금인지 금이 우리인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정도면 괜찮고, 미숙한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계속되길 바란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깊고 은근하며 무엇에든 열정적으로 취할 줄 아는 담력과 기지를 지니고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두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