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직한 인사선배 Apr 09. 2024

1. 왜 스타트업인지부터 정리하자.

스타트업 이직을 꿈꾸는 대기업러들께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대기업 재직자들을 종종 접한다. 이유는 다양한데 요약해 보면 크게 2~3가지 이유다. 첫째는 유망 선도산업이 스타트업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둘째는 대기업에서 역량 대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는 IPO를 통한 스타트업의 주식대박 소식 때문이다.


그런데 위 3가지 이유 중 하나만으로 스타트업 이직을 결정하면 높은 확률로 후회한다. 필자가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재직하다 스타트업에서 1년 넘게 지내보니 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왜 스타트업에 가려고 하는가] 가 확실히 정리가 되고 이직해야 실패 확률이 낮음을 깨닫는다.


스타트업은 근본적으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곳이기에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많다. Come and see.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프로덕트보다 대기업의 안정적인 캐시카우 업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을 매니징하며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맞벌이하며 힘겹게 키워 초등학교 보내는 정도의 난이도랄까. 대기업에서의 성공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쏘던 사람에게 칼 한 자루 주고 전투를 이기라고 말하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성공방식의 매커니즘이 전혀 다르다. 그뿐이랴. 대기업 대비 복지도 월등하않다. 총보상 개념에서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백만원 오르는 오퍼레터 받고 기뻐하지 말고 냉정해야 한다. 특히 국내 TOP 5 안의 대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은 알게 모르게 현 직장이 주는 복지혜택이 많다. 가전제품, 옷 한벌이라도 직원할인 해주는 곳이 대기업인데 스타트업은 과자나 음료수가 무한인 복지가 많은 곳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스타트업에 오셔야 하는가? 아래 내용에 동의가 된다면 어느 정도 스타트업에 올 준비가 된 사람이다. 스스로 정리해 보자.


1.

가열차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 생각한다.  큰 기업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내가 직접 하나씩 만들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대 후반 정도에 대기업에 들어가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30대 중후반이다. 인정 받을수록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간다. 그렇게 40대 초반을 앞두면 몇 가지 질문 앞에 선다.


나는 왜 여기서 일하지? 무슨 의미가 있지? 여전히 톱니바퀴 중 하나 아닌가?


대기업의 경우는 열심히 일한 보상이 승진과 명예, 연봉인상 정도다. 물론 의미 있다. 그런데 남의 사업을 뼈빠지게 도와준 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스타트업 이직 전조현상이다. 남은 40~50대에 조금이라도 Ownership을 갖고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스타트업 문을 두드려 보자. 익숙한 것을 더 잘해내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깨져가며 배우는 희열이 더 잘 맞다면 빨리 넘어오시라. 승진이나 명예보다는 경험의 폭과 경계를 넓히고 싶다면 스타트업 맞는 경우다.


2.

포기할 것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것일 땐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도 그렇다. 임원의 자리, 쌓이고 쌓여 25개에 육박하는 연차휴가, 대기업 인적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효용가치가 크다.


경험이라는 잔존가치는 있지만 포기에 따른 큰 매몰비용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이 대기업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가? 그렇다면 신중히 고민하라. 위에 필자가 언급한 1번 사유와 결부하여 고민하라. 당신은 대기업 임원이 될 가능성을 포기할 수 있는가? YES 라면 오시라. 왜 Yes 인가? 그것도 점검해보고 배우자와 합의도 해두자.


3.

회사 인지도 따위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듣도보도 못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유명한 유니콘들은 이미 스타트업이 아니니 헷갈리지 말자.


"저 OO반도체 다녀요."

"와,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


스타트업 다니면 이런 대우는 없다. 기업 규모는 중소기업이며 대출금리도 유리하지 않다. (중소기업 세제혜택이 일부 있다). 일가 친척들도 마찬가지. 오히려 멀쩡한 대기업을 왜 때려치우고 쪼그만 곳에 갔는지 질문받기 십상이다.


인지도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무엇으로 동기부여로 받으며 스타트업을 다닐 수 있는가? 이것이 정리돼야 오래 버틸 수 있다.


4.

당장 성과를 못 내도 끝까지 버티며 승부 볼 끈기가 있다.


장담한다. 대기업 출신은 1년 안에 스타트업에서 성과내기 쉽지 않다. 사실상 첫 해는 학습기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요한 건, 끝까지 버티며 배우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규모가 작으니 "아유 쪼끄만 회사 금방 일으키지 뭐" 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작은 스타트업만의 매커니즘에 적응하려면 최소 2~3달이 필요하다. 성과를 내기 위해 실패를 해봐야 하는데 여기에 2~3달이 소요된다. 아무리 애자일하게 일해봐도 몇 번을 엎고 안착하는데 2~3달이 걸리고 성과가 나오기까지 1~2달이 더 소요된다. 당신은 자존심을 버리고 버틸 수 있는가? 대기업 때의 잘 나가던 내 모습은 지우고, 모든 일하는 방식과 사고를 갈아 끼울 수 있는가?


5.

한번도 경험 못한 사람들을 만나도 원형탈모증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스타트업에 입성하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게 될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한다고 배운 것에 착안하여 모든 비즈니스 매너까지 자유한 영혼이 상당히 많다. 대기업에서 오셔서 뭘 잘 모른다는 핀잔도 꽤나 받게 되는데 이 텃세를 이겨낼 수 있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6.

성과급은 사실상 없다.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성과급은 본래 이익이 나야 지급되는 것이 정상이다.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활활 태우며 기술력을 증명하고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곳이기에 이익이 나는 것이 비통상적이다. 그동안 성과급으로 차도 사고, 부모님 용돈도 드렸는가?스타트업은 없다고 봐야한다. 그래도 괜찮다면 얼른 오시라. 스톡옵션도 회사마다 Cliff 기간과 비율이 다르고, 행사방법이 다르다. 사실상 확률 낮은 스포츠토토라 보는 것이 속 편하다. 그래도 스톡옵션 받고, 회사를 함께 키워보고 싶은가? 올 준비가 되셨다.


7.

사공이 여럿이어도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


한 길 사람 속 절대 알 수 없다. 리더들 간에도 방향성이 다르고 쉽게 갈라져 정치판이 되곤 한다. 모두를 휘어잡을 실력이 있거나 모두의 공격대상이 되지 않는 노하우가 있는가? 그렇다면 스타트업에 오시라.




위 7가지 물음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면 이제 도전해 볼 준비가 끝난 것이다. 자문자답의 과정을 통해 왜 스타트업에 가야하는지, 나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점검해 보고 오시면 좋겠다.


파랑새는 없다. 도전, 경험, 공헌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인추천 채용의 적정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