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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보미 Aug 24. 2018

오페어로 스페인 살기

숙박비도 아끼고, 현지 가정 생활, 주급까지!


201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년 간 지내던 당시, 나는 첫 5개월 정도를 오페어 (au pair)로 생활했다. (그 후에는 좀 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싶어 그만둠. (이라 쓰고 '베이비시팅은 내 적성에 안 맞다는 걸 느껴 때려침'이라 읽는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 계기.)


우선 아래 위키피디아의 오페어 정의를 살펴보자.

오페어(프랑스어: au pair, 동등하게)는 외국인 가정에서 일정한 시간동안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대가로 숙식과 일정량의 급여를 받고, 자유시간에는 어학공부를 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일종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다.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나 기존의 유모(Nanny)와 다르게 일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고, 외국인 가정에 입주하여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는 동시에 어학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문화교류 프로그램. 오페어(Au Pair)는 미국정부에서 주최하여 1989년에 만들어졌으며 목적은 문화교류 겸 아이돌보기이다.

정의에 나오는 그대로 나는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지역 Alcobendas라는 곳의 한 호스트패밀리와 연결되어 해당 가정의 11살 남자아이, 9살, 4살 여자아이들을 주5일 일정시간 맡아 돌보면서, 자유시간에는 마드리드 시내의 스페인어학원에서 스페인어를 배웠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는 대가로 화장실이 딸린 개인 침실을 제공받았고 주급으로는 당시 75유로를 받았던 것 같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오페어 평균 주급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지금도 그런 것 같지만, 당시에는 스페인에 오페어로 가는 한국 사람 케이스를 본 적이 없었고 내가 거의 최초였기 때문에 정보가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오페어가 호주, 미국과 같이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를 배울 목적으로 갔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블로그 자료 등을 자주 참고했던 기억이 난다.


스페인 오페어의 차이점

이들 나라와 스페인의 차이점이라면 두 가지 정도가 있다. 바로 오페어 비자의 유무와 오페어 고용 목적. 미국의 경우에는 아예 '오페어 비자'가 따로 있고, 호주나 영국은 오페어 비자는 없는 대신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있다. 결국 크게 보면 오페어도 워킹홀리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페인은 두 비자가 모두 해당이 안된다. 그래서 나는 주한스페인대사관에 직접 찾아가 오페어로 가려면 어떤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지 문의했고, 학생비자를 신청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스페인 학생비자는 일단 스페인에서 어떤 학교나 학원에 얼마 동안 등록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고, 어디에 머무는지에 관한 거주지 증명서가 필요한데, 이러한 사항은 모두 호스트패밀리에게 부탁하여 꽤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외 정보는 블로그 등 여러 인터넷 소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스페인과 이들 나라의 또 다른 차이점이 오페어 고용의 목적이라고 했는데, 보통 영어권 국가에서는 오페어를 구할 때 당연히 기본적으로 문화교류를 전제로 하지만 정말로 '베이비시팅'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반면 스페인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부모들이 조기 영어교육을 꽤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계속 영어로 대화를 해줄 영어 원어민 오페어를 구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다행히 나는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이점 덕분에 다른 유러피안 오페어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여러 호스트패밀리 후보와 연락을 주고받은 후 최종으로 매치가 된 가족이 바로 앞서 말한 세 아이의 가정이었다.


오페어 구인/구직 방법

보통은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서 오페어 에이전시를 이용한다. 그렇지만 나는 따로 수수료를 지불하고 내 통제권을 넘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꼼꼼히 찾아보고 직접 원하는 호스트패밀리와 연락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준비하고 싶었다. 따라서 나는 여러 오페어 구인구직 웹사이트를 찾아다녔고, 대부분이 유료 서비스였는데 무료로도 충분히 가능한 사이트를 찾았다. 바로 '오페어월드'였다. 이 사이트를 찾고 나서부터는 모든 과정이 꽤 순조로웠던 것 같다.


1) http://www.aupairworld.com 에 접속

2) 회원가입 후 For au pairs > Find a family 메뉴에 들어가 아래와 같이 정보를 입력한다

본인 국적, 성별, 오페어 활동 희망하는 나라 (복수선택 가능), 시작가능 최대 빠른/늦은 날짜, 오페어 활동기간을 입력한다.


3) 검색을 해보면 아래와 같이 이렇게 입력한 조건에 맞는 호스트패밀리 리스트가 나오고, 각 가족을 클릭해보면 가족 프로필과 함께 오페어 희망사항, 조건 같은 것들이 나온다. 그리고 프로필 내에 나오는 'Send Message' 버튼을 눌러 호스트패밀리와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여러 호스트 패밀리와 대화를 해보고, 서로 희망사항과 조건이 맞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특정 가족이 있다면 이메일로 넘어가 공식적으로 비자신청 절차, 출국일정 조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면 된다.

  

오페어의 일과

그렇다면 이렇게 시작한 오페어 생활, 일과는 어떨까? 앞서 스페인에서는 영어교육을 주목적으로 오페어를 고용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베이비시팅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 호스트패밀리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고,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어머니 대신 내가 아이들을 깨워 아버지와 함께 등교 준비를 돕는 게 내 일과의 시작이었다. 9살, 11살 짜리 아이들은 거의 스스로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특히 4살짜리 아이는 내 도움이 많이 필요했다. 자는 아이가 짜증내지 않도록 잘 토닥이며 (거의 매번 실패했지만) 깨워서 기저귀를 갈아줘야 했고, 얼굴을 씻겨주고 유치원복을 입히고, 머리를 묶어줘야 했다. 아침을 차려주고 먹여주고, 이를 닦이고, 준비가 다 되면 유모차에 태워 9살, 11살 아이들과 함께 거의 30분 거리를 걸어서 학교 및 유치원에 데려줘야 했다. 글로 표현하니 딱 두 문장밖에 안되는데 현실에서는 이 두 문장 안에 말로 표현 못할 부산함과 어설픔, 인내심이 함께한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들의 등교를 도운 후에는 지하철을 타고 시내에 있는 학원으로 가서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웠다. 함께 수업 듣는 친구들과 점심도 먹고 자유시간을 좀 즐기고 있으면 어느덧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이 되어 집에 돌아가 아이들의 Merienda (간식)을 챙겨줬고 4살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아주기도 해야 했다. 그 후 또 집에서 어느 정도 자유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제 호스트 어머니도 퇴근을 하고 보통은 9시쯤 되면 호스트 아버지가 만들어주시는 저녁(호스트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요리학원을 다니셨기 때문에 다양한 유러피안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을 함께 먹는다. 이후에는 자기 전에 9살, 11살 아이들과 1시간 가량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학교 수학, 영어, 과학 숙제 등을 도와주었다. 이런 식으로 주 5일 간 일과가 반복되는 편이었다.


이쯤 읽고 나면 사실 오페어의 달콤한 부분만 기대했던 사람들은 떨어져나갈 것이다. 정말 오페어를 할 생각이라면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야 하고, 아니, 사실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과는 또 별개로 상당한 인내심과 책임감을 기본으로 지녀야 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나의 경우는 아이도 세 명이나 있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경우였으며 마드리드 시내에서 좀 거리가 있는 곳이라서, 오페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호스트패밀리가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모두 이런 식?

사실 이 호스트패밀리와 3개월 정도 지낸 후,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마드리드 시내 중심에 있는 다른 호스트패밀리로 옮기게 되었고 이 가정은 또 정반대의 환경이었다. 위치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도 달랐다. 독일인 싱글맘, 10살 짜리 외동딸 (아버지가 스페인사람), 그리고 말라뮤트 허스키 개 한 마리. 똑같이 큰 개인 침실 하나와 주급이 주어졌다. 이 집도 어머니가 심리상담가로 하루종일 일을 하셔서 아이와 함께하면서 영어를 가르칠 오페어가 필요해서 가게 됐는데, 정작 이 아이는 벌써부터 사춘기가 찾아와서 내가 돌봐주려 하면 오히려 "Déjame por favor! (나 좀 내버려둬!)"하고 반응했기에 나는 속으로 "그래? 그럼 오예."를 외쳤고, 언젠가부터 나는 베이비시터가 아닌 독시터(dogsitter)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넘쳐나는 자유시간으로, 매일같이 친구들을 만나서 놀았다는 후문이... 음 그렇지만 이전 가정만큼 아이와 bonding (유대감 형성)을 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결국에는 고민 끝에 이 집에서는 별로 오페어가 필요 없는 것 같다는 결론과 함께, 이제 나도 독립된 공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이 집을 나오게 되었고, 이렇게 나의 오페어 생활은 막을 내렸다.


어쨌든 이렇게 호스트패밀리에 따라서도 오페어의 경험과 생활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이 점을 잘 숙지하고 신중하게 여러 요소를 따져서 호스트패밀리를 선택해야 한다.


추천 여부

나는 당시 23살로, 주된 목적이 숙식비를 아끼는 것이었고 일단 그 목적은 확실히 이루었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 시절 내내 4인실 기숙사 생활을 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도 익숙했고 좋았으며, 고등학생 때는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그 때도 현지 호스트패밀리와 생활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나눈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거리낌 없이 호스트패밀리와 함께 사는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여기에 더해, 아이를 좋아하고 잘 돌볼 수 있다는 확신(이라 쓰고 착각이라 읽는다)이 있었기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남과 함께 사는 데 어려움이 없고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는 인내심과 책임감, 체력을 갖추고 영어 또는 현지 언어 중 한개라도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는 능력, 현지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과 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급 75유로 정도만 받아도 생활 가능한 여유자금을 갖고 있다면 남녀노소 구분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추천한다. 아, 현지 호스트패밀리와 사는 게 꺼려지는 사람들은, 방문 오페어 (따로 살고 일정 시간만 집에 찾아와 베이비시팅을 해주는 오페어)를 찾는 가족도 가끔 있던데 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런 방식을 통해 나는 스페인에 머물렀고, 이 때 1년 간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5년이 지난 지금도 스페인어를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 스페인어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디지털노마드가 되어 남미 콜롬비아에서 생활도 해보는 등. 그리고 다음주에는 5년 만에 스페인에 돌아가게 되어 설레기도 한다. 또 어떤 글을 쓰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실 나는 좀 더 에세이 같은 글을 쓰고 싶은데 자꾸 글의 방향이 꿀팁 공유로 가게 된다. 이렇게 된 이상 많은 분들이 좋은 정보를 얻어 가시고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앞으로는 나의 6개국 생활 중 생긴 여러 재미난 이야기들도 풀어보고 싶다!!!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알려주시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도 계속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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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스페인어 채널 (스페인어로 하는 여행 위주)

http://www.youtube.com/c/sebomijang 

최근 개설한 유튜브 한국어 채널 (영어/스페인어 팁, 브이로그 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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