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7am
쌩뚱맞게 염력을 가진 내가 꿈에 나타났다. 그 염력은 무언가를 파괴시킬 수 있는 힘이었고, 위급한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그 힘이 누군가를 구하는 쪽으로 잘 발현되었다. 다만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계속해서 연습했지만 내가 원할 때는 사용할 수 없었다. 내가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옆에서 코치같은 분이 훈련시켜주었지만 나는 끝끝내 통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며칠 전 무사 미팅을 끝내고 공팔님과 잠시 얘기하면서 사실 나는 워크숍을 하기 싫다는 얘기를 꺼냈다. 멤버십 분들과 소소하게 만나는 건 내게 부담되는 일이 아니지만 돈을 받고 익명의 사람들을 만나 모임을 이끈다는 게 나에게는 체질상 맞지 않는 일이었다. 다만 무사에서는 워크숍이 진행되어야하고 나는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해 진행하려 했던 것이었다. 서울 무사에서 첫 모임을 진행할 때 나는 북토크에 필요한 책을 한 문장이라도 놓칠까봐 아주 꼼꼼히 읽었고, 첫 워크숍 때는 너무 긴장해 가격이 저렴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긴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모임들은 아주 잘 이루어졌고 잘 해냈다. 그렇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세탁소 일을 아주 오랫동안 해 오셨는데, 지금은 알바형태로 하고 계시지만 가게를 내서 운영한 적도 있었다. 엄마는 손님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도 하고, 일 자체를 아주 잘 해 엄마가 종종 가게 얘기를 할 때마다 엄마의 수완이 꽤나 좋다는 걸 느끼기도 했었다. 단골 손님들도 많았다. 엄마에게 엄마의 능력이 가게 운영에서 잘 발휘되는 것 같다고 얘기하자, 엄마는 의외로 다른 대답을 했다. “나는 이 일을 너무 하기 싫어.” 엄마의 능력이 좋다고해서 엄마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던 거다. 알바 형태로 일하고 있는 지금이 엄마에겐 큰 스트레스없이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나도 내가 잘할 수 있어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아니 몸에서부터 하기 싫은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을 하거나, 아니면 엄마의 말처럼 “너무 하기 싫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나는 점점 잘하는 일보다 내 마음이 편한 일을 찾게 된다. 아무리 연습해도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꿈에서의 염력처럼, 힘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할 바에는 그 힘 없이 편안히 살아가는 쪽을 택하리라. 나이가 들수록 엄살도 심해지고 겁도 많아지는 모양이다. 운이 좋다면 언젠가는 내가 가진 힘이 연습없이도 자연스레 발현되어 나도 모르게 좋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모든 일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2023년 2월 12일 일요일
사용할 수 없는 힘, 9:17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