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결을 다시 읽는 일
플랫폼 위에 고여 있던 빗물이 천천히 말라고 있었다.
하카타역의 이른 아침은 공기 속에 약간의 안개와 금속 냄새가 섞여 있었다.
신호등의 붉은 불빛이 레일 위에서 희미하게 번지고, 멀리서 녹색 열차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왜 이런 낯선 풍경 앞에서 마음이 더 빨리 움직일까?
왜 어떤 장면은, 그냥 지나쳐도 될 순간들을 붙잡게 만들어 주는 걸까?
1. 여행은 '움직임'이 아니라 '감정의 위치 이동'이다.
보통 우리에 일반적인 여행정의는 "쉬고 싶다", "잠시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넓은 세상을 보고 배우고 싶다." 다양한 이유들이 여행의 당위성을 이루지만, 좀 더 진중한 나의 여행의 성찰은
감정의 위치가 바뀌는 경험
즉, 일상에서 읽어버린 감정을 되찾기 위하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의 익숙함은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를 보든 예능을 보든 경중에 차이지 감정의 패턴은 똑같다 아니 다르다고 오해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런 '정서의 습관'이 인간의 좀 많이 나가면 존엄과 가치를 퇴보시킨다고 생각한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아래 편안함 한계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이런 둔화된 감정으로는 삶의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이를 깰 수 있는 유일한 요소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거주 공간을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누구에게는 크나큰 용기이고 도전이다, 이게 여행의 힘이다. 이걸 넘어서야 인간 본연으로 가는 다양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감정의 이동에 시작이며, 정서적 좌표를 재설정하는 일이다.
2. 여행의 결을 읽는다는 것
내가 찍은 사진은 특별한 장면은 아니다, 유후인으로 가기 위해 들어오는 기차를 우연찮게 담아낸 순간일 뿐이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볼 때 마음이 참 고요해진다. 이 장면에서 내가 본 것은 레일과 기차가 아니라 그날의 감정의 결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여행에서 '보이는 것'은 다르다. 누구는 건물, 누구는 음식, 누구는 풍경, 누구는 사람 그리고 나에게는 사람이 잠시 멈추어 서는 순간이 가장 깊이 남아 앗다.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서 잠시 서서 그 짧은 시간 그곳에서 나는 내 마음에 결을 다시 읽는다.
3. 결국 여행은 '다시 나를 바라보고 위한 장치'다
우리는 단지 이동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내면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떠난다. 도시와 도시 사이 플랫폼과 기차사이, 멈춤과 움직임 사이 그 어디엔가 마음이 잠시 머물려고 한다. 그 머무름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아, 이 감정을 다시 만나기 위해 내가 여기에 왔구나"라고 느낀다.
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내 감정이 잠시 머무는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4. 남호가 바라보는 여행
나는 화려한 여행보다, 이렇게 조용한 장면이 담긴 여행을 사랑한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이, 긴 문장 하나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있다. 여행은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단 한 번의 멈춤을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5. 그래서 나는 오늘도 떠난다.
이 사진 속의 열차처럼 나는 여전히 어디론가 향한다. 정확한 목적지도, 화련 한 계획도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 속에서 마음을 머물게 하는 빛을 찾고 싶어서, 그 빛이 보였다면 그날의 여행은 이미 충분히 완성된 것이다.
내 여행의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리고 내 마음에 감정이 정체되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그리고 더 싶은 자리로 이동할 수 있게 그렇게 나는 오늘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