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브랜드의 얼굴은 셀럽이 아니라 '문화적 상징'이다

클리니크가 첫 ‘크리에이터 주도 캠페인’으로 보여준 변화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한때 클리니크는 “엄마가 쓰던 스킨케어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피부과 테스트를 강조하고, 신뢰와 기능 중심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쌓아온 전통 있는 브랜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뷰티 시장은 다릅니다.
제품력이 기본이 된 시대, 브랜드가 더 크게 성장하려면 단순히 “좋은 제품”을 넘어 지금의 문화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가가 중요해졌습니다.

최근 클리니크가 공개한 첫 번째 ‘creator-led’ 캠페인은 바로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브랜드는 이번 캠페인에서 전통적인 뷰티 셀럽이나 메이크업 인플루언서 대신, 올림픽 선수이자 부부인 타라 데이비스-우드홀(Tara Davis-Woodhall)과 헌터 우드홀(Hunter Woodhall)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캠페인명은 ‘Unstoppable Together’.
그리고 이 선택은 단순한 모델 캐스팅이 아니라, 오늘날 뷰티 마케팅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전략적 선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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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니크가 처음으로 ‘크리에이터’와 ‘선수’를 택한 이유

클리니크는 1968년 론칭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전형적인 헤리티지 뷰티 브랜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2020년에는 에밀리아 클라크를 첫 셀러브리티 앰배서더로 기용했고, 이후 멜리사 바레라 등 배우 중심의 모델 전략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브랜드 측 표현대로, 이번 캠페인은 클리니크가 처음으로 크리에이터 혹은 운동선수를 메인 탤런트로 캐스팅한 사례입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금 소비자가 동경하는 인물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뷰티 브랜드가 ‘아름다움’을 말하기 위해 배우, 모델, 전통적인 뷰티 인플루언서를 앞세웠다면, 이제는 웰니스, 퍼포먼스, 자기관리, 진정성을 상징하는 인물이 더 강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특히 Z세대에게는 “예뻐 보이는 사람”보다 “건강하고 강인하며 꾸준한 사람”이 더 매력적인 롤모델이 됩니다.

클리니크는 이 흐름을 정확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브랜드의 히어로 듀오 제품인 Moisture Surge Active Glow Serum과 Moisture Surge 100H Hydrator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식으로 실제 ‘듀오’인 부부 운동선수를 선택한 것입니다.


제품이 아니라 ‘관계’를 판다

이번 캠페인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운동선수를 썼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진짜 핵심은 브랜드 메시지를 제품 설명이 아니라 관계 서사로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클리니크는 “No one glows alone”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혼자 빛나는 사람은 없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 안에서 더 빛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메시지는 타라와 헌터 우드홀 부부의 실제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두 사람은 각각 올림픽과 패럴림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이자, 10대 시절 만나 사랑을 키워온 커플입니다.
훈련, 회복, 영양 관리, 경기 준비라는 일상의 맥락 안에서 서로를 지지하는 두 사람의 서사는, 단순한 광고 모델 이상의 진정성을 만듭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제품이 얼마나 좋은가”만큼이나, 그 제품이 어떤 이야기와 함께 소비되는가를 봅니다.
그리고 브랜드는 이제 스펙보다 관계, 효능보다 맥락, 기능보다 감정적 해석을 통해 더 강력한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클리니크는 이번 캠페인에서 세럼과 크림의 조합을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함께할 때 더 강해지는 관계’를 팔고 있는 셈입니다.


요즘 뷰티 시장에서 운동선수가 더 매력적인 이유

이번 캠페인은 최근 뷰티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제 운동선수는 더 이상 스포츠 브랜드만의 자산이 아닙니다.
뷰티, 패션, 웰니스 브랜드까지 운동선수를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퍼포먼스의 상징성입니다.
클리니크는 스킨케어를 단순한 미용이 아니라 ‘성능’과 ‘지속성’의 관점으로 말하고 싶어 합니다.
운동선수는 바로 그 언어를 가장 설득력 있게 체현하는 존재입니다.
매일의 루틴, 꾸준함, 결과 중심의 사고방식은 기능성 스킨케어의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둘째, 웰니스 시대의 문화 코드입니다.
지금 소비자는 피부를 화장으로 가리는 것보다, 몸과 피부 상태 자체를 관리하는 방향에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근육, 체력, 회복, 수면, 영양, 루틴 같은 키워드는 뷰티의 바깥이 아니라 이미 뷰티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즉, 아름다움은 더 이상 ‘외모 연출’만의 문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관리의 총합이 된 것입니다.


셋째, 전통적 뷰티 인플루언서 피로감입니다.
뷰티 크리에이터 시장은 너무 포화되었고, AI 생성 콘텐츠까지 등장하면서 차별성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브랜드는 더 넓은 문화적 상징을 찾게 됩니다.
운동선수는 그 대안이 됩니다.
그들은 제품을 잘 소개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태도와 라이프스타일을 살아내는 인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클리니크가 여전히 강한 브랜드인 이유

이 캠페인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클리니크가 단순히 “이미지가 올드해진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클리니크는 지금도 매우 강한 판매력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는 현재 울타 뷰티에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모두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아마존에 입점했고 2025년에는 틱톡샵에도 진출했습니다.

즉, 유통 측면에서도 전통 채널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1년 바이럴을 일으킨 Black Honey 립스틱 사례처럼, SNS 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만든 경험도 이미 있습니다.
이후 립 오일, 아이섀도우, 립라이너 등으로 프랜차이즈를 확장한 것도 매우 영리한 행보였습니다.

최근 클리니크가 집중하는 것은 이 바이럴 성공 공식을 스킨케어 쪽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제품이 바로 Moisture Surge Active Glow Serum입니다.

이 세럼은 2025년 3월 출시 이후 세럼 카테고리 내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고, 브랜드 전체 세럼 매출도 전년 대비 38%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스테디셀러인 Moisture Surge 100H Hydrator가 신규 고객 유입의 핵심 제품이라면, 새 세럼은 그 생태계를 확장하는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이번 캠페인은 단지 이미지를 젊게 보이게 하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잘 팔리는 제품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 문화적 해석을 덧입힌 성장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Z세대는 ‘누가 예쁜가’보다 ‘누가 의미 있는가’를 본다

클리니크가 타라와 헌터 부부를 택한 또 다른 이유는 분명합니다.
두 사람은 각각 26세, 27세로 Z세대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입니다.
클리니크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이 브랜드 오디언스의 49%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대가 맞는다고 해서 이 캐스팅이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상징하는 가치입니다.

이 커플은 인종적 다양성, 신체 다양성, 수용성, 건강한 관계, 꾸준한 자기관리라는 키워드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특히 헌터 우드홀은 패럴림픽 스프린터로서, 기존의 뷰티 광고가 보여주지 않았던 신체 이미지의 확장을 상징합니다.
이 점은 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정확히 맞닿습니다.

또한 이들의 ‘부부 서사’도 지금 시점에서 매우 강한 문화적 의미를 갖습니다.
데이트 앱 피로감, 관계의 불안정성, 반복되는 결별 서사에 지친 대중에게, 서로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커플의 이야기는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즉, 클리니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단순히 젊은 타깃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라,
요즘 젊은 세대가 믿고 싶어 하는 가치 체계 안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캠페인’이 아니라 ‘확장 가능한 세계관’으로 설계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클리니크가 이번 캠페인을 단발성 광고로 끝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훌루, 디즈니+,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부터 틱톡, 유튜브, 메타, 핀터레스트까지 폭넓은 유료 미디어를 집행하며 메시지를 다층적으로 확장했습니다.
또 뉴욕에서 열린 디너 이벤트에서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플러스원과 함께 참석하도록 하며 ‘duo’ 콘셉트를 오프라인 경험으로도 연결했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실제로 유료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브랜드가 캠페인 메시지를 한 편의 광고 안에만 가두지 않고, 이벤트 구조, 인플루언서 운영, 콘텐츠 포맷까지 일관된 테마로 묶어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캠페인은 문구 하나가 아니라, 운영 방식 전체가 하나의 메시지를 증명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클리니크는 이번 사례에서 그 점을 꽤 잘 보여줬습니다.


이번 사례가 브랜드 마케터에게 주는 시사점

클리니크의 이번 캠페인은 몇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첫째, 이제 브랜드 앰배서더는 유명한 사람보다 문화적으로 맞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누가 더 스타인가보다, 누가 지금의 가치와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둘째, 제품 메시지는 기능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브랜드는 제품을 둘러싼 관계 서사와 감정적 맥락을 설계해야 합니다.

셋째, Z세대를 잡고 싶다면 단순히 젊은 얼굴을 쓰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양성, 진정성, 자기관리, 웰니스, 관계의 건강성처럼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실제 캠페인 구조 안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넷째, 헤리티지 브랜드일수록 더 과감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오래된 브랜드가 젊어지는 방법은 억지로 트렌디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존 자산을 지금의 문화 언어로 다시 번역하는 것입니다.
클리니크는 Moisture Surge라는 오래된 히어로 제품군을 ‘듀오’, ‘퍼포먼스’, ‘웰니스’, ‘관계’라는 새로운 프레임 안에서 재해석했습니다.


클리니크가 증명한 것

결국 이번 캠페인이 보여준 것은 단순합니다.
브랜드는 제품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브랜드가 어떤 사람을 통해, 어떤 시대정신을 말하느냐에 따라 다시 정의된다.

클리니크는 오랜 역사와 강한 제품력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금의 소비자가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상징, 즉 운동선수, 웰니스, 진정한 파트너십, 다양성, 퍼포먼스를 끌어와 브랜드를 다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헤리티지 브랜드가 젊은 세대와 연결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뷰티 브랜드의 얼굴은 더 이상 가장 화려한 셀럽만이 아닙니다.
지금 소비자가 닮고 싶어 하는 삶의 태도, 그 자체가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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