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yle은 어떻게 ‘다음 세대’를 사로잡았을까?

Gen Z와 Gen Alpha를 끌어들인 소셜 오리지널 시리즈 전략

패션 매거진은 더 이상 종이 위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한때는 매달 우편함에 꽂히는 잡지를 기다리던 시대였다면, 지금의 10대와 20대 초반은 새로운 에피소드가 소셜에 드롭되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서, 미국 패션 매거진 InStyle은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바로 소셜 퍼스트 오리지널 시리즈다.

InStyle은 최근 몇 년간 단순히 기사나 화보를 SNS에 배포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플랫폼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피스 모큐멘터리 형식의 시리즈 〈The Intern〉, 그리고 그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The Boss〉다.

이 시리즈들은 겉으로 보면 그저 가볍고 웃긴 숏폼 콘텐츠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지금의 미디어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전략이 들어 있다.
엔터테인먼트화, 세대 전환, 크리에이터 협업, 세계관 구축, 광고 상품화, 그리고 브랜드의 현대적 재해석까지.

InStyle의 사례는 분명하게 말해준다.
이제 미디어 브랜드는 콘텐츠를 ‘배포’하는 존재가 아니라, 콘텐츠를 ‘연재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잡지가 아니라, 기다려지는 ‘쇼’를 만든다

InStyle 편집장 Sally Holmes는 이 시리즈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이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트래픽 유입용이 아니라, 재미를 우선하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많은 브랜드가 소셜 콘텐츠를 만들 때 여전히 “어떻게 웹사이트 클릭을 유도할까”, “어떻게 제품 정보를 더 넣을까” 같은 접근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광고적 목적이 너무 선명한 콘텐츠에 쉽게 피로를 느낀다. 반대로 그들이 반응하는 것은 브랜드가 만든 콘텐츠라도 실제로 재미있는가, 그리고 계속 보고 싶은가다.

InStyle의 〈The Intern〉은 바로 이 원리를 정확히 이해한 결과물이다.
사무실에 쥐가 나타나고, 전자레인지에는 생선 필레가 돌아가고, 직원이 벽장에 갇히는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혹은 상상해봤을 법한 “오피스의 황당한 순간들”이 에피소드의 중심이 된다. 설정은 과장되어 있지만, 감정은 현실적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웃으면서도 쉽게 몰입한다.

이 시리즈는 론칭 후 1년 동안 8개 시즌, 40편 이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3,6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이후 2월에 공개된 신규 시리즈 〈The Boss〉도 빠르게 230만 뷰를 모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수치는 단순한 바이럴이 아니다.
이건 InStyle이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뀐 시대에 맞춰 브랜드 접점을 재설계했다는 증거다.

과거의 InStyle이 “읽는 브랜드”였다면, 지금의 InStyle은 “기다려지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


왜 하필 ‘모큐멘터리’였을까

InStyle이 선택한 형식은 매우 영리하다.
〈The Intern〉과 〈The Boss〉는 다큐멘터리처럼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가지만, 실제로는 설정된 상황 속에서 즉흥 연기와 리액션이 중심이 되는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형식이다.

이 형식이 소셜에서 특히 강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짧은 호흡에 잘 맞는다.
소셜 영상은 긴 서사보다, 짧은 상황과 강한 캐릭터, 즉각적인 웃음 포인트가 중요하다. 모큐멘터리는 에피소드 단위로 잘게 쪼개기 좋고, 매번 새로운 상황을 붙여도 자연스럽다.

둘째,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몰입감을 동시에 준다.
시청자는 이전 편을 보지 않았더라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에서는 콘텐츠가 시간순으로 소비되지 않기 때문에, 이 구조는 매우 중요하다. 어느 회차를 먼저 보더라도 재밌어야 하고, 동시에 전체 시리즈를 이어서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브랜드가 지나치게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다.
뉴스룸이나 패션 매거진 사무실이라는 실제 배경 위에 과장된 상황극을 얹으면, 브랜드의 정체성은 살아 있으면서도 콘텐츠는 ‘정보 전달물’이 아니라 ‘쇼’처럼 작동한다.

Sally Holmes는 이 시리즈를 “Friends 같은 시트콤처럼” 설계한다고 설명한다.
즉, 5화를 먼저 봐도, 95화를 먼저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조다.
이건 단순한 연출 방식이 아니라, 알고리즘 시대에 최적화된 콘텐츠 설계 방식이다.


크리에이터를 ‘출연자’가 아니라 ‘관문’으로 쓴다

이 전략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캐스팅 방식이다.

InStyle은 〈The Intern〉 초기부터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시리즈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여왔다. Grant와 Ash 같은 크리에이터 듀오를 시작으로, Micky Gordon, Kennedy Eurich, Connor Wood, Boman Martinez-Reid 등 각기 다른 개성과 팬덤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켰다. 최근 시즌에는 Halley Kate와 Jaz Smith 같은 패션 친화적인 젊은 크리에이터들도 참여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 게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각각의 팬덤을 데리고 들어오는 입구 역할을 한다.

즉, 사람들은 “InStyle의 콘텐츠라서” 보기보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나온다는 이유로 콘텐츠를 접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InStyle의 톤앤매너, 세계관, 브랜드 감도를 경험하게 된다. 브랜드가 직접 자신을 소개하기보다, 크리에이터의 존재를 매개로 새로운 세대에게 발견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 방식은 특히 Gen Z와 Gen Alpha에게 효과적이다.
이들은 브랜드보다 사람을 먼저 신뢰하고, 채널보다 캐릭터를 먼저 따라간다.
따라서 미디어 브랜드가 젊은 세대에게 접근하려면 “우리는 이런 브랜드입니다”라고 설명하는 대신, 그 세대가 이미 좋아하는 인물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우회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InStyle은 이 공식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


〈The Boss〉는 왜 필요했을까

세계관 확장의 정석

〈The Intern〉이 인기를 얻자 InStyle은 곧바로 그 포맷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축을 추가했다. 그 결과가 〈The Boss〉다.

이 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권력 관계를 뒤집는 재미를 활용한다. 인턴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이 아니라, 상사라는 포지션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종류의 absurdity를 보여준다. 배우이자 크리에이터 Julia Fox가 “temporary permanent ambassador of slayage”라는 황당한 역할로 등장하고, 디자이너 Brandon Blackwood가 사무실 리노베이션을 주도하는 식이다.

이 변화는 단지 설정을 바꾼 것이 아니다.
브랜드 IP 관점에서 보면, 이는 성공한 포맷을 프랜차이즈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The Intern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섭외하기 어려운 더 큰 인지도와 존재감을 가진 인물들을, 〈The Boss〉라는 새 설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캐스팅할 수 있게 됐다. 즉 InStyle은 기존 히트 포맷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출연자 스펙트럼과 세계관의 스케일을 넓힌 것이다.

브랜드가 만든 시리즈가 오래가려면 단발 히트로 끝나지 않고,
캐릭터와 설정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InStyle은 여기서 단순한 SNS 운영을 넘어, 거의 엔터테인먼트 IP 운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본보다 중요한 것은 ‘편집 가능한 리스크 감수’

이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은 대본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InStyle은 실제 직원과 게스트, 크리에이터들이 상황 안에서 즉흥적으로 반응하도록 하고, 제작진은 방향만 잡아준다. Holmes는 “재미없을까 걱정하는 직원들에게는 편집의 마법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 방식은 사실 브랜드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왜냐하면 즉흥성은 통제력을 낮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신 얻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진짜 같은 리액션과 생동감이다.

지금의 시청자는 지나치게 짜인 브랜드 콘텐츠를 귀신같이 알아본다.
특히 젊은 세대는 완성도보다 진정성 있는 어색함, 매끈함보다 현장감 있는 재미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InStyle이 얻은 성공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브랜드가 소셜에서 강한 콘텐츠를 만들려면, 메시지를 100% 통제하는 대신
브랜드가 감당 가능한 수준의 예측 불가능성을 허용해야 한다.

Holmes가 말한 “모두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즐긴다”는 분위기는 단순한 팀 문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곧 콘텐츠 품질의 원천이다.
재미없는 브랜드 콘텐츠는 종종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통제되어 살아 있는 감정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광고가 아니라 ‘이야기의 일부’로 넣는 법

InStyle 사례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이 시리즈들이 단지 브랜딩 용도로 끝나지 않고 수익화 가능한 광고 자산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 에피소드에는 Fossil과 e.l.f. Cosmetics 같은 브랜드가 등장했고, 향후 신규 시리즈에도 스폰서가 붙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InStyle의 모회사인 People Inc.는 최근 디지털 매출 14% 증가, 광고 매출 9% 증가를 보고했다. 반면 인쇄 매출은 여전히 하락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이 흐름은 굉장히 상징적이다.
전통 미디어가 수익 압박 속에서 종종 선택하는 방식은 광고 지면을 늘리거나, 트래픽을 위해 더 자극적인 기사 생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InStyle은 다른 길을 택했다.
재미있는 시리즈를 먼저 만들고, 그 안에 광고주가 들어올 수 있는 문맥을 만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자연스러움’이다.
Holmes는 브랜드 협찬이 있을 경우 이를 숨기려 하지 않고, 오히려 시리즈의 일부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시청자는 스폰서십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억지스럽고 기만적인 방식을 싫어한다. 반대로 협찬이 콘텐츠의 톤과 맞고, 서사 안에서 자연스럽게 기능하면 충분히 받아들인다.

이건 지금 모든 브랜드가 배워야 할 포인트다.
광고를 감추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광고가 콘텐츠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InStyle은 왜 이 전략으로 ‘다음 세대’를 만날 수 있었을까

InStyle의 소셜 전략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조회수가 잘 나와서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이들이 브랜드의 전통적 자산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소비 방식만 완전히 새롭게 바꿨기 때문이다.

InStyle은 원래 패션, 셀러브리티, 스타일 문화를 다루는 강한 편집 감도를 가진 미디어다.
즉, 원천적으로 캐릭터와 트렌드, 이미지, 문화적 순간을 다루는 데 강한 브랜드다. 이들은 그 본질을 유지한 채, 형식을 기사에서 소셜 시리즈로 바꿨다.

다시 말해 InStyle은 갑자기 “요즘 유행하니까 숏폼을 해야지”라고 접근한 것이 아니다.
대신 “우리 브랜드가 원래 잘하던 것을, 지금 세대가 가장 잘 소비하는 형태로 어떻게 번역할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피스 코미디라는 친숙한 포맷

크리에이터 중심의 확산 구조

에피소드형 세계관

자연스러운 브랜드 협찬

실제 행사와 편집 브랜드 자산을 연결하는 설계로 이어졌다.

이건 굉장히 교과서적인 사례다.
성공하는 소셜 전략은 브랜드의 본질을 버리고 플랫폼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을 플랫폼 언어로 다시 말하는 것이다.


미디어 브랜드뿐 아니라 일반 브랜드에게도 주는 시사점

InStyle의 사례는 패션 매거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 브랜드, 특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나 소비재 브랜드, 그리고 콘텐츠 기반 브랜딩을 고민하는 기업에게 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콘텐츠는 정보보다 포맷이 먼저 기억된다.
브랜드 메시지를 길게 설명하기보다, 반복 가능한 포맷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한 편의 캠페인보다, 매번 돌아오는 시리즈를 더 쉽게 기억한다.

둘째, 브랜드 채널은 이제 매체가 아니라 편성표가 되어야 한다.
“무엇을 올릴까”보다 “어떤 시리즈를 연재할까”의 관점이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기다리게 만드는 콘텐츠는 팔로워를 단순 구독자가 아니라 팬으로 바꾼다.

셋째, 크리에이터 협업은 노출 확대가 아니라 브랜드 재해석의 장치여야 한다.
단순 모델 기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크리에이터의 유머, 말투, 팬덤 문화를 브랜드 세계관 안에 녹여야 한다.

넷째, 수익화는 재미 이후에 온다.
광고를 먼저 생각하면 콘텐츠가 경직된다. 반대로 사람들이 먼저 좋아하게 만들면, 광고주와의 협업은 훨씬 자연스럽고 강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다섯째, 브랜드가 젊어지려면 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
Gen Z와 Gen Alpha는 권위적인 브랜드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이들은 함께 놀 수 있고, 밈을 공유할 수 있고, 반복해서 보고 싶고, 친구에게 보내고 싶은 브랜드에 반응한다.


결국 InStyle이 만든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습관’이다

InStyle의 가장 큰 성과는 단순히 조회수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젊은 세대에게“이 브랜드에서 다음엔 또 뭐가 올라올까?”라는 기대를 만들었다.

이 기대는 매우 강력하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맺을 수 있는 관계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구매 직전의 관심이 아니라, 구매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접속하게 만드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잡지가 그 역할을 했다.
매달 발행되며 독자의 루틴 안으로 들어가는 것.
지금은 그 역할을 소셜 시리즈가 대신한다.
매거진의 발행 주기가, 이제는 에피소드 드롭 주기로 바뀐 것이다.

InStyle은 이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전통 미디어 브랜드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다시 젊어질 수 있는지, 꽤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무리하며

InStyle의 사례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브랜드가 다음 세대에게 도달하려면, 더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재미있게 연재해야 한다.

지금의 소셜 환경에서 브랜드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올리는가”에 있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기다려지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가다.

InStyle은 그 답을 오피스 코미디라는 가벼운 형식 안에 담아냈다.
하지만 그 전략의 본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재미를 우선에 두고,
플랫폼 문법을 이해하고,
크리에이터를 통해 새로운 세대와 연결되며,
브랜드 자산을 세계관으로 확장하고,
끝내 그것을 수익화 가능한 구조로 만든 것.

이것이 바로 오늘날 브랜드와 미디어가 배워야 할 소셜 퍼스트 전략의 진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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