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ie Coree Jul 23. 2022

웰링턴 가는 길

버스 안에서

2012.02.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웰링턴 가는 길


  설핏한 햇살 아래 사방은 

  흙흙흙 흙빛과 연두연두연두 연둣빛이 어우러진 산등성이

  네모난 눈에 맺히는 건 산과 하늘뿐인 곳

  나는 지금 

  거대한 레아의 근육을 조용히 가로지른다

  저 골짜기 아래 에테르 빛 핏줄엔 

  물이 흐르고

  요 앞 하데스의 발바닥 빛 핏줄에는

  내가 탄 버스가 흐른다

  정적 속 별안간 울려퍼지는 빠앙빵빵

  뒤에서 오던 차 천둥 고함 울려대며

  버스보다 육중한 몸 무섭게 앞지른다

  내 고향이면 바로 '씨발 저 새끼 저거' 하고

  날렵한 싸구려 욕이 

  승객들 들뜬 여행심에 

  브레이크 걸었을 텐데

  여기 운전기사님은 

  그냥 

  묵묵히 양보하시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을 먹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