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2012.02.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웰링턴 가는 길
설핏한 햇살 아래 사방은
흙흙흙 흙빛과 연두연두연두 연둣빛이 어우러진 산등성이
네모난 눈에 맺히는 건 산과 하늘뿐인 곳
나는 지금
거대한 레아의 근육을 조용히 가로지른다
저 골짜기 아래 에테르 빛 핏줄엔
물이 흐르고
요 앞 하데스의 발바닥 빛 핏줄에는
내가 탄 버스가 흐른다
정적 속 별안간 울려퍼지는 빠앙빵빵
뒤에서 오던 차 천둥 고함 울려대며
버스보다 육중한 몸 무섭게 앞지른다
내 고향이면 바로 '씨발 저 새끼 저거' 하고
날렵한 싸구려 욕이
승객들 들뜬 여행심에
브레이크 걸었을 텐데
여기 운전기사님은
그냥
묵묵히 양보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