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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ie Coree Jul 11. 2023

개나 소나

돼지나


나는 모든 종류의 육류를 자발적으로는 거의 안 먹지만, 상황에 따라 적당히 먹기도 하는 플렉시테리언이다.


(출처:pixabay)

내 눈에는 얘도 개나 고양이 못잖게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런 아이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도축되는지도 알지만, 소고기도 주어지면 먹는다. 옛 친구 중 하나는 소를 너무 좋아해서 어릴 적엔 울다가도 소만 보면 울음을 뚝 그치고 웃었다면서도, 사 먹는 소고기는 가리지 않고 잘만 먹었다. 


개고기는 어릴 때 놀러 간 시골에서, 어른들이 복날에 큰 개를 한 마리 잡아 다 함께 드셨을 때 한 번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땐 어린 마음에, 살아 있던 개가 떠올라 기겁하며 도망갔다. 당시 키우던 개와 동질감을 느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식육점에서 엄마가 사 오신 깔끔하게 손질된 고기들은 다른 거라고, 처음부터 고깃덩어리로 태어난 '물질'이라고만 생각했던 걸까. 철없고 어리석었다. 

하여, 불법적으로 납치당하거나 비위생적으로 조리된 것만 아니라면, 이제 개도 마다하지 않고 먹어볼 생각이다. 어린 날의 그때 이후 고려해 본 적도 없었던 선택지에 눈을 뜨게 해 준 셈이다. 눈앞에 살아 있는 개만 보이고 식육점 고기들은 한때 살아 숨 쉰 적이 없었다고 착각하는, 순진하지만 멍청한 어린애가 아니니까. 


모든 인간이 법 앞에 평등하다면, 동물도 동물끼리는 법 조항만이라도 평등해야 하지 않겠나. 인간에게 해가 되거나 멸종 위기만 아니라면. 


'음식이란 원래 생명을 먹는 일'이라는 사실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한우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지만) 풀을 먹어야 하는 소에게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를 먹이면서 좁은 곳에 가둬 놓고 키우는 현실부터 싹 바꿀 수 있는 동물복지국가가 된 후에나 개 타령을 하면 최소한 이해는 하겠다. 돼지는 또 어떻고? 개인의 가치관에 따르면 될 일을 두고 무슨 권한으로 강제하는 것인가. 국민들이 꼭두각신 줄 아는가.

소고기를 안 먹는 게 아니면서도, 이런 다큐들을 볼 때는 또 운다. 그렇게 음식이 곧 생명임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버리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기도 하다. 참고로 위 사진의 다큐는 미국 얘기지만, 미국은 광우병 소동이 있었을 때도 소위 '선진국' 아니었나? '개고기 먹는 선진국은 중국과 한국 정도다'라는 논리도 개웃기다. 만약 미래에 서구 열강에서 어떤 질환에 관한 개고기 특효 연구 결과라도 나와서 먹는 나라가 늘거나 인식이 바뀌면, 그땐 또 '선진국은 다 먹는다'며 따라 먹을 건가? 중국이 뭔 상관인가. 그런 것보단 툭하면 음식에 무기물로 장난치는 중국에서 식용 개를 수입하지 않는 게 다행이다. 중국산 식품 관리나 잘해 주면 좋겠다. 



다른 육류는 섭취하면서 자기 취향과 다를 뿐인 식문화를 무작정 미개하니 어쩌니 비난하는 모순은 가증스러운 오만함을 넘어 무례한 위선이다. 제인 구달도 문화적 다양성은 인정하되 학대는 막고 인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지, 딱히 개 식용 종식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제인 구달의 명성을 편파적으로 이용해서 그녀가 마치 자기랑 똑같은 수준의 인간인 것처럼 미디어를 통해 그녀의 입장에 오해를 야기한다면 민폐를 끼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 문화는 실제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어차피 별로 없고(적어도 1년에 1번 이상 먹는 사람이 내 가까운 주변에는 한 명도 없다), 즐겨 먹는 극소수 외에는 먹더라도 어쩌다 한 번, 혹은 요양을 위해 찾는 정도다. 죽을 병에 걸린 사람이 큰 수술 후 회복기에 입에 맞는 고기가 개고기밖에 없어서 한동안 먹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럼 그런 사람은 앞으로 괜히 죄책감 느끼면서 범죄자가 되거나 억지로 참아야 하는 건가? 강제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둬도 자연히 소비가 줄고 있는 것을 굳이 이렇게 프로파간다로 이끌어가는 저의는 뭘까. 오염수 방류나 그 외 다른 건에서 조금이라도 신경을 분산시켜 보겠다든가, 아님 조용히 덮고 싶은 다른 게 있나 싶을 정도다.

출처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가 포함돼 있지 않아서 법망을 피해 비인도적으로 유통/소비되는 경우를 해결하고 싶은데, 개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돼지나 소는 안중에 없어서, 혹은 그냥 자기 비위에 거슬리거나 귀찮으니까 아예 아무도 못 먹게 만들면 간단하겠다는, 꽉 막힌 단순한 심보인가. 


다른 사안이기는 하지만, 일찌감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만든 것과 비슷한 느낌. 훨씬 시급한 법안이 산더미인데 제 입맛에 맞는 것부터 골라내 편식하는 게 딱 그렇다. 차라리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를 넣고 합법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할 일이다. 물론 남의 반려 동물은 개든 닭병아리든 존중케 하고, 화풀이로 동물을 학대한 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게 그 어떤 선진국보다 선진적 자세를 독보적으로 추구하는 길이다. 곤충을 먹는 식문화를 폄하하면서 달팽이를 에스카르고라 부르며 우아한 척하는 건 과연 미개하지 않아서인가? 푸아그라를 3대 진미라고 찬양했던 선진국의 자칭 미식가들은 과연 미개하지 않아서 그랬겠는가. 그렇다고 거위 고기 자체를 반대하는 건 오버 아닌가. 논점을 제대로 찾아 문제를 콕 집어 해결해야지, 자기 취향에 안 맞다고 무조건 불도저로 싹 쓸어 밀어버리려는 행태는 위정자들께서 인간도 '일괄 사육'하겠다는 걸로밖에 안 느껴진다. 유도하는 대로 '손' 하면 발 내밀고, '빵' 하면 벌러덩 누우며, 엎드려, 앉아, 기다려까지 해 주면, 우리의 사료로 이번엔 선진 미국의 맛있는 유전자 조작 소고기도 맛보는 건가?



**저는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없으며, 누구든 일단 뭐라도 맡은 이상은 모두를 위해서 잘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브알 쫌. 아름다우신 개뚜와네뜨 마마께서 아름답지 못한 짓을 한 건 사실이지만요. 개의 엄마는 개고 개 남편도 개인 것을 왜 그렇게 개 개 거리는 것인지. 아...개 같아...


검색하다 보니 이런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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